지금으로부터 2년 전 2022년 즈음. 인생 최고의 위기라고 할 만큼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과 출근을 번갈아가면서 하고, 당연한 것들을 못하게 되는 세상 속에서 갑자기 불안과 조급함이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은 시기였던 거 같다. 나이는 먹어가고, 기회는 줄어들고, 해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느꼈다. 주식과 집값은 끝을 모르고 상승하던 시절 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가 된다는 말들이 뉴스에서 흘러나와 내 머릿속에 가득 채웠던 거 같다.
가만히 있다가는 나도 망할지 몰라
스스로에게 이 말을 되뇌며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캐치하기 위해 커다란 모니터 화면의 왼쪽엔 유튜브로 실시간 뉴스를 띄워두고, 오른쪽엔 주식이나 부동산 유튜브 화면을 띄워놓고 보면서 동시에 밥을 먹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고, 그마저도 빨리 감기와 키보드 방향키를 이용해 빠르게 넘기면서
늦은 만큼 빠르게 학습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습관처럼 생겨버렸다. 그렇다고 뭐를 하겠다는 목표는 없이 무조건 뭐라도 해야 한다 라는 생각이었던 거 같다.
그와 동시에 회사 일의 매너리즘과, 다양한 원인으로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지? 개발자로서 잘 버텨낼 수 있을까? 모르는 건 너무 산더미고, 알아야 할 것도 너무 산더미고, 뭐부터 시작해야 하지? 하는 조급함도 들어와 있었고, 그 당시하고 있던 연애도 결혼을 슬슬 결정을 해야 할 상황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속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불안, 조급함을 가득 채웠다.
그러던 어느 날 불안과 조급함이 쌓이고 쌓이다가 터지는 상황이 온 거 같다. 그 당시 회사 IPO를 통해 매수한 우리 사주가 점점 손실에 가까워지면서 부담과 스트레스가 엄청난 상황이었고, 팀에서의 위치, 재테크 등등 다양한 원인들이 나를 압박하고 짓누르고 있었다. 연인에게는 이별을 통보하게 되었고, 생전 처음 심리 상담도 받았었다. 약간 우울증 초기 증상이라 생각할 정도로 머리로는 뭐든 해야 할 거 같았지만, 무기력증도 심하게 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왔던 거 같다. 그냥 지금 상황을 끝내고 싶다는 안 좋은 생각도 잠시나마 하기도 했고, 내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던 모든 것들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던 거 같다. 그러한 무기력과 우울증 같은 기분을 한 세 달인가 경험을 하고 나서야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던 거 같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회사에서는 팀이동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회사에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조급함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하나라도 잘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다잡았고. 그해 연말 회사 러닝크루를 시작하거나, 100일 챌린지를 통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목표 설정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긴 터널을 벗어나기 시작했던 거 같다.
물론 지금도 불안과 조급함이 없어진 건 아니지만. 훨씬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의 경험이 마음속 한편에는 어지럽고, 아쉽고, 후회스러운 흔적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해야 빠르게 탈출이 가능한지를 조금은 알게 된 거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갈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바이오 리듬 그래프처럼 괜찮아졌다가 조급했다가 반복하는 일들이 여전히 있고, 다만 그 그래프의 파장이 짧아진 거 같다고 해야 하나.
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그 당시에 나에게 일어났던 이벤트, 나의 마음, 나의 생각, 그리고 나의 행동을 돌이켜보면 지금은 별거 아니었는데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좀 하게 되는 거 같고. 그런 아쉬움과 후회들이 지금의 내가 일희일비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가게 해 주는데 큰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과거가 미화되어서 추억처럼 느껴질 수 도 있겠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과 스트레스의 기억들은 가슴깊이에 새겨져 있어서 평생 가지고 인생의 방향을 잡는데 필요한 경험으로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시금 스멀스멀 불안과 조급함이 올라오는 거 같아 그 당시의 생각과 느낌들을 끄집어내서 정리해보았는데. 스스로 잘 컨트롤해서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