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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by 남상훈

인간관계는 참 어려운 것 같다.

가족끼리도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로 다투는 경우가 많은데, 퇴근이 늦는 나를 대신해서 방 청소를 해주신 어머니와 다툰 적이 있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은 손에 닿는 곳에 올려놓고 사용하는데, 지저분해 보이셨는지 서랍 속 여기저기 넣어버려서 필요할 때마다 찾아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내가 머무는 공간에서 사용할 물건들을 왜 어머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멋대로 정리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번은 글을 쓰는 동안 알게 된 사람과 오래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화 주제는 글이었다. 관심사가 비슷하다 보니 대화는 물 흐르듯 매끄러웠고 관계는 제법 깊어져 사적인 대화도 자연스러운 사이가 되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과는 다툼이 생기고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이 다른 타인과는 쉽게 깊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상대방을 대하는 마음이 달랐기 때문이지 않을까? 관계에 실속이 없을수록 더 친절해지는 경우가 많다. 가령, 집 앞 편의점 사장님과는 살갑게 인사를 주고받는다지만 매번 저녁상을 차려주는 어머니에게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 것처럼.


가까울수록 놓치는 것들은 어쩌면 여러 가지가 아니라 그 사람을 대하는 내 모습 한 가지일지도 모른다. 인간관계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마음에 평정심을 갖고 타인을 대하는 내 모습을 직시하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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