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물었다. 그 사람의 어디가 제일 좋은지. 다툼이 잦지는 않은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좋은데 이유가 어딨냐 말하고는 조금 생각하는가 싶더니, 금세 줄줄이 소시지처럼 여러 가지를 얘기했다. 만남을 이어갈수록 좋은 점은 많아졌고, 가장 익숙한 사람이 되었다고. 다투는 과정은 힘들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서로의 모습에서 사뭇 확신이 섰다고 했다. 예상했던 대답이었지만 직접 겪으며 느낀 감정들의 결실에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잘 살라고. 좋은 일만 생겼으면 좋겠다고.
부디 그 사람을 왜 좋아하게 됐는지 잊지 않기를. 처음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그늘지지 않기를. 순탄하지 못할 때 그것이 큰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함께 보내는 하루는 처음과 하루 멀어지는 것과도 같다. 천천히 멀어지는 그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고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를 회피하고자, 불투명한 미래에 지레 겁먹고 과거로 도망치는 것은 분명 안 좋은 행동이지만, 익숙함에 걸려 넘어졌을 때라던가 사랑하던 것으로부터 권태를 느낄 때 그곳을 뒤적거려 보는 건 어떨까. 되려 좋은 결과를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꼭 지나친 절망만 존재하진 않을 테니.
그래, 가끔 그곳을 들여다볼 수 있게 초인종 하나 달아두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