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 먼 하늘에 붉은빛의 계단이 깔렸다. 각 층마다 오묘하게 다른 색을 띄고 있어서 신비롭기까지 했다. 그동안 수많은 노을을 봤지만 그처럼 매력적인 모양은 처음이었다. 내가 연신 탄성을 내뱉자 여섯 살 로운이가 달려와 왜 그러는지 물었다.
“로운아, 저 노을 좀 봐봐. 정말 아름답다.”
“정말 그러네. 그런데, 좀 쓸쓸해 보인다.”
“그래? 로운이 눈에는 조금 쓸쓸해 보여? 어느 부분이?”
로운이는 매우 감성적이고, 관찰력이 뛰어난 아이다. 내 눈에는 마냥 아름답게만 보이는 노을의 어느 면에서 쓸쓸함을 본 것일까? 먼 하늘을 바라볼 때는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던 녀석이 갑자기 수줍게 웃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엄마, 근데…… 쓸쓸한 게 뭐야?”
“아…… 그 말의 뜻을 모르지만 왠지 쓸쓸해 보이는 거 같아?”
모르는 단어면 일단 먼저 뜻을 확인한 후 말하는 게 맞는 순서 아닌가?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로운이는 그 순서를 과감히 뒤집었다. 녀석은 놀라운 과감성을 보여놓고는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나저나 '쓸쓸해 보인다'는 표현은 어디에서 본 걸까? 아무래도 그날 혼자서 읽었던 위인전에 나왔던 말일 게다. 며칠 전부터 혼자서 책 읽는 재미에 한참 빠진 로운이다.
“쓸쓸하다는 건, 좀 외롭고 어딘지 슬픈 듯한 느낌이 드는 걸 말해.”
“아, 그렇구나!”
로운이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신감 있는 말투로 말했다.
“그럼, 쓸쓸해 보이는 거 맞아.”
우리는 함께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고 시선을 같은 곳에 두었다. 한참 보고 있노라니 로운이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노을이었지만 어딘지 쓸쓸함도 풍겼다. 붉게 물든 신비롭고도 쓸쓸한 노을을 바라보며 행복이 차올랐다. 이토록 아름답고 소중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니! 모든 것이 감사했다. 엉뚱하지만 솔직한 귀염둥이와 뜻밖의 대화를 나누는 것도, 녀석 덕분에 내가 놓쳤던 것들을 볼 수 있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