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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신화 Mar 03. 2022

부모로서 양보할 수 없는 1위 자리

  벌써 2학년이 된 김라온 어린이. 학기 첫 날인 오늘, 부모 숙제를 들고 왔다. 담임이 라온이 이해 및 지도에 참고할 수 있도록 내가 몇 가지 문항에 답을 적으면 된다.

  그중, 답변을 적으면서 참 기분 좋은 문항이 있었다.


   [아이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형용사와 명사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세요]  

   

  생각나는 대로 적기 시작했다. 즐거운, 긍정, 명랑, 조화로운, 책임감, 자존감, 선한, 미소, 호기심, 건강한, 사고력, 이해력, 순수, 가족애, 재미....

  신나게 적어나가다 멈춰야 했다. 공간이 부족했다. 아쉽지만 25개만(?) 적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만약, 한 두 개만 적으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얼핏 생각하니., ‘조화롭고 선한 명랑함’ 이 떠올랐다. 지금껏 지켜본 라온이는 어느 쪽으로도 심하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것에 기분 좋은 흥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심성이 곱고 바르다. 참 괜찮은 녀석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누군가는 라온이를 보며 ‘급한’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나는 ‘속도감이 있는’'이라고 적고, 누군가는 ‘겁이 많은’이라 할 테지만 나는 ‘신중한’이라고 적었다. 마치 눈에 콩깍지가 씐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괜찮다. 나는 1위에 큰 욕심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 세상에서 내 아이를 가장 예쁘게 봐줄 사람이 누가 되어야 하겠는가? 당연히 부모인 나 아니겠는가!

  만약, 다른 사람들이 내 아이를 예쁘게 봐준다면 감사한 일이다. 허나, 그분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아무리 그래도 나만큼 예뻐할 순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2위여도 서운해하지 마시라고.     

덧. 그나저나…… 담임이 내 글씨를 보고 눈에 피로를 느끼실까 봐 살짝 걱정된다. 일곱 살 로운이의 글씨보다 곱지 않은 나의 글씨여. 선생님, 부디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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