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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신화 Apr 07. 2021

질문은 배움을 생각으로 이어주는 과정이다

  우리 집 두 꼬마가 새로운 환경에서의 배움을 시작했다. 갓 초등학생이 된 라온이는 학교에서, 다섯 살 반에서 여섯 살 반으로 진급한 로운이는 새로운 교실에서. 둘은 집에 오면 그날 보고, 들었던 바를 엄마에게 전해주려 앞다투어 재잘거렸다. 지구가 아픈 이유, 봄에 볼 수 있는 꽃, 화장실 이용할 때 지켜야 하는 약속…….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서 한가득 나눠주는 귀염둥이들에게 나도 감사 선물을 주었다. 검은 눈동자가 모두 드러날 정도로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우와! 그랬구나. 신기하다. 알려줘서 고마워.”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듯한 나의 반응에 녀석들은 흡족해했다. 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묻곤 했다. 그런 것들을 배우는 것이 좋은지를. 그때마다 1초의 망설임 없이 “응!”이라고 답하는 아이의 눈동자가 너무나 영롱했다. 배움을 즐기는 이의 눈빛다웠다. 나는 다정한 미소를 지어준 뒤 덧붙였다.

  “혹시, 그 내용 중에 궁금한 게 생기면 물어보기도 했어?”

  “아니.”

  “아, 그랬구나. 선생님의 말씀을 집중해서 듣고 기억하는 건 아주 좋은 자세야.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해 ‘저건 왜 그런 거지?’, ‘저건 뭐지?’ 이런 식으로 궁금한 것이 생기면 더 좋아. 그걸 선생님에게 물어봐야 하는 거고. 그러니까 다음에는 질문도 해보도록 노력하자.”     

  내 아이가 ‘생각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보고, 들은 바를 스펀지처럼 흡수하기만 하면 곤란하다. 삶을 보다 가치 있게 가꾸어나가려면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만의 생각을 키워나가야 한다. 배움은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방법이지만, ‘생각’으로 연결되어야만 의미가 있다. 궁금증을 품고, 질문하는 것은 ‘배움’을 ‘생각’으로 이어주는 과정이다.

  “엄마, 근데 궁금한 게 없으면 어떡해?”

  “오호. 라온아, 아주 좋은 질문이야. 바로, 이거야. 엄마 얘기를 듣고 이렇게 물어봤지? 학교에서도 이러면 되는 거지. 무언가를 배울 때, 더 알고 싶은 게 생기거나 ‘저건 왜 그런 거지?’ 같은 생각이 들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어. 자꾸 연습하는 게 좋아. 그러다 보면 궁금한 게 생기게 돼. 중요한 사실이 있어. 선생님도 질문하는 학생을 아주 기특하게 여기시지.”

  아이들은 눈을 껌뻑이며 나를 응시했다.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좋은 건지 감을 못 잡는  얼굴이었다.

  “음……. 라온이가 어제 학교에서 배운 노래가 좋다고 엄마한테 틀어달라고 했었지? 그런데 끝내 못 찾았잖아. 그럼 선생님에게 그 노래 제목이 정확히 무언지 물어보면 어때?”

  “아! 좋아.”

  “우리 로운이도, 유치원에서 궁금한 거 있으면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게 어때?””

  “좋아.”


  다음 날, 저녁 식사 시간에 내가 물었다. 

  “얘들아, 혹시 오늘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궁금한 거 뭐든 물어봤니?”

  “아니.”

  하긴…… 전날의 대화만으로 변화를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질문의 의미와 중요성을 충분히 알려주질 못했다. 나의 이야기보따리가 바빠졌다. 두 꼬마의 눈높이에 맞고 흥미를 끄는 것을 서둘러 만들었다. 

  “얘들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아주 중요한 장치가 있어. 바로, 물음표 비눗방울을 만드는 장치야.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건 이 장치가 작동해서 그런 거야. 어떤 사람은 물음표 방울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녀도 그냥 두고, 어떤 사람은 그걸 터뜨리려고 하지. ‘질문’을 해서 그 궁금증이 풀리면 물음표 방울이 터지는 거야. 우리 라온이랑, 로운이는 물음표 방울이 생기면 그냥 둘 거야? 아니면 터뜨릴 거야?”

  “터뜨릴 거야.”

  “다행이다.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해서 해결해야 머릿속의 물음표 방울 장치가 점점 성능이 좋아져. 더 많은 물음표 방울들을 만드는 거지. 반대로 궁금한 게 있어도 질문을 안 하면 물음표 방울을 만드는 능력을 잃어 가.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물음표 방울을 못 만들지.”

  진지하게 듣고 있던 로운이의 장치가 물음표 방울을 만들어 녀석의 머릿속에 띄웠다. 호기심이 강한 여섯 살 배기는 곧바로 터뜨리려 했다.

  “엄마, 그런 사람이 엄마야?”

  “엄마냐고? 엄마는 다행히 그 장치를 잘 써서 물어보는 것도 잘해.”

  “아니……, 머릿속 그 물음표 방울 만드는 장치가 망가져서 물어보지 못하는 사람이 ‘엄.마.’냐고.”

  “아아.... 혹시 ‘엄마들’이 그러는지 묻는 거야?”

  “응.”

  조금 뜬금없었다. 왜 ‘엄마들’이라고 생각한 걸까? 이유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지금은 대화가 샛길로 새지 않고, 나아가던 방향대로 가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정말 좋은 질문이야. 엄마들 중에 그런 사람도 있고, 안 그런 사람도 있어. 그리고 엄마들 뿐 아니라 어른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도 있고, 안 그런 사람도 있어. 안타깝게도 아이들 중에도 질문을 하지 않아서 그 장치가 망가진 아이도 있어. 우리는 뭐든 궁금해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그러니까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질문을 하는 건 물음표 방울 만드는 장치를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이 돼.”

  “엄마! 나 유치원에서 선생님한테 뭐 물어봤어.”

  “그래? 우와. 뭘 물어봤어?”

  “내가 선생님한테 색종이 두 장 달라고 했어.”

  여섯 살에게는 ‘질문’이나 ‘요청’이 같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야. 그랬구나. 좋아. 물음표 방울 장치가 더 튼튼해지게 하려면 어떤 것에 대해서 ‘저건 왜 그런 거지?’, ‘저건 뭘까?’ 하고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하는 것이 필요해. 혹시, 그런 질문을 한 게 있을까?”

  로운이가 뜸을 들이는 사이 라온이가 중요한 게 생각난 표정을 지었다.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저번에 배웠던 노래 제목이 뭔지 물어봤어. ‘축복합니다.’래.”

  “우와, 그랬구나. 그렇게 물어보고 제목을 알아내니까 기분이 어때?”

  “좋아.”

  “앞으로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렇게 물어보도록 하자. 머릿속 물음표 방울 장치 성능이 엄청 좋아지게 하자.”

  “응.”

  녀석들의 장치를 위해 나는 지금껏 그래 왔듯 기름칠을 해줄 것이다. 내게 무언가를 물으면 눈을 크게 뜨고 다음과 같이 말해주는 것이다.

  “음, 좋은 질문이야.”
   아이들이 언제고 편하게, 내가 귀찮다 싶을 정도로 질문을 쏟아내면 좋겠다. 지금은 비록 엉뚱하고, 황당한 것이 많지만 때로는 매의 눈처럼 예리함을 발휘한 질문도 있다. 분명한 건 질문의 수준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혹시 아는가! 언젠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위대한 질문들을 만들어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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