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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신화 Apr 08. 2021

"무슨 말인지 알지?" vs "무슨 말인지 알아?"

"무슨 말인지 알지?"
이 말을 말버릇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이 말귀를 잘 알아듣는 사람임을 인정하고 그 이해력을 믿는다는 표현일까?
아니면, 상대방이 내 말귀를 꼭 알아들어야만 한다고 은근히 압박하는 것일까?

후자의 이유가 더 크지 않나 싶다. 이렇게까지 쉽게 얘기해주고 있으니 질문 같은 건 나올 필요도 없음을 은연중에 강조하는 말로 보인다. 물어보는 형식을 취한 말이지만, 사실 물어보는 말이 아닌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지?”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을 가만히 보면, 말하는 사람이 한참 동안 쉼 없이 이야기를 하다가 중간중간 상대에게 던지곤 한다. 잠자코 듣고 있던 이는 대게 “어.”라고 하거나 고개를 끄덕인다. 가뜩이나 쏟아지는 얘기들을 듣는 것만도 벅찬데, “아니, 잘 모르겠는데.”라고 말할 생각조차 못할 것이다. 아니면 이해는 못했지만 참는 것일 지도.

그래서 나는 “무슨 말인지 알지?”라는 말이 불편하다. 웬만해서는 내 입에서 그 말을 하지 않고, 대신 조금 표현을 바꿔서 말한다. 부드러움과 조심스러움을 섞은 말투로.
“혹시, 무슨 말인지 알아?”
이 말에 상대방이 조금이나마 용기를 내길 바란다. “아니, 잘 이해가 안 가. 모르겠어.”라고 할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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