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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현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03.

내리막길, 익숙함이 만든 사고

by hani상규

두 번째 교통사고 경험은 제가 운전한 차량이 혼자 도로에서 미끄러지는 사고였습니다.
이 사고는 2012년 3월, 비가 내린 다음 날 퇴근길에 발생했습니다.
내리막 커브 구간의 1차선을 정속 주행하던 중,
차량 바퀴가 약간의 노면 홈을 밟으면서 미끄러졌고,
결국 중앙 가드레일과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차량은 충돌 후 180도 회전하며 도로 한가운데에서
주행 방향의 반대쪽을 바라보며 멈춰 섰습니다.


이 길은 제가 약 3년간 출퇴근하면서 익숙했던 도로였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난 날은 제 신체 상태와 노면의 미끄러움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운전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당시 저는 공중보건의로 근무한 지 3년 차였으며, 1개월 뒤 근무를 마칠 예정이었습니다.

근무를 마치고 나면 곧바로 한의원을 신규 개원할 계획이었는데,

첫 개원 준비로 인해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었습니다.
익숙한 길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내리막길에서 감속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주의사항을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고 평소와 같은 속도로 주행했던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사고 당시 상황과 대처

사고가 난 후 5분도 지나지 않아 퇴근 중이던 아내가 우연히 사고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그녀의 도움으로 보험사와 연락해 사고를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상황에서 제가 놓친 위험 요소들이 많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첫 번째로, 사고 차량이 도로 한가운데 1차선에 멈춰 있었는데도,
저는 비상등만 켜놓고 차량 옆에 서 있었습니다.
에어백이 터지고 첫 자동차 사고라는 충격 때문인지,
저는 멍한 상태로 1~2분 정도 가드레일 옆에 서 있었습니다.
이 행동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었습니다.
만약 다른 차량이 이 상황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면 2차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두 번째로,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사고가 난 도로는 출퇴근 차량이 익숙하게 다니는 길이었고,
사고 시각도 해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6시 전후라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밤에 발생했거나, 도로 상황이 더 악화된 상태였다면
2~3차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사고 후 교훈과 안전 수칙

이번 사고를 통해, 차량에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장비를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삼각대나 경광봉, 안전 조끼와 같은 장비를 차량에 항상 비치해 두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사전에 익혀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교통사고 시 대처 방법을 명확히 알고 있는 것도 생명을 지키는 데 필수적입니다.
흔히 광고 문구로도 알려진 “비트박스” 요령은 교통사고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비상등 켜기: 사고 직후 비상등을 켜 주변 차량에 위험 상황을 알립니다.
트렁크 열기: 트렁크를 열어 사고 차량임을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합니다.
밖으로 대피하기: 차량에 머무르지 말고 가능한 한 갓길로 안전하게 이동합니다.
신고하기: 스마트폰으로 사고를 신고하고, 상황을 정확히 알립니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행동 요령은 본인의 안전뿐 아니라 2차 사고를 막는 데에도 크게 기여합니다.

마무리하며

익숙한 길에서 사고가 났다는 점은 저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익숙함에 속아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며,
항상 자신의 신체 상태와 도로 환경을 정확히 인지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경험은 제게 교통사고가 단순히 순간적인 충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피해와 함께 주변의 다른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습니다.
사고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사고 이후의 올바른 대처는
더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제 경험이 독자들에게 교통사고 상황에서의 대처법과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안전한 운전과 사고 방지를 위해 오늘도 기본 수칙을 되새기며,
더 나은 도로 환경을 만들어 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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