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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남수 Feb 07. 2021

엄마의 장국

  가끔 밀양에 다니러 가면 영남루 옆 재래시장에 들른다. 사람 하나 비집고 들어가기도 좁은 가게에 양쪽으로 긴 의자 두 개 놓고 가운데 탁자에 겉절이 김치, 각종 야채, 생미역, 무채 무침, 고추장 강된장 등을 뷔페처럼 올려서 덜어 먹게 해 놓고 보리비빔밥과 장국 딱 두 가지 음식을 파는 곳이다. 싸기도 하지만 기다려야 빈자리가 나는 맛 집이다. 이곳에서 내 단골 메뉴는 장국이다. 명절이 다가오니 고향생각, 장국 생각, 엄마 생각이 난다. 


        ******   

 하루는 엄마의 여섯 자식이 한꺼번에 모여 앉게 되었다. 음식 맛을 잃어 두어 숟가락의 죽으로 버티던 엄마가 제비처럼 옴팍해진 눈을 뜨고 말했다.

 “너희 오늘은 장국 끓이 묵을래?”  

 “엄마, 장국 드시고 싶어요?” 

 “모르겠다. 한 숟가락 들어갈지……”  

 평생 자식들 입맛만 챙길 뿐 당신을 위한 요구는 모르는 노인이었다. 엄마의 음식을 새처럼 받아먹고 자라 이제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자식들은 엄마가 병든 후에야 엄마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맏딸이어서인지 유독 엄마가 잔소리를 하고 티격태격도 하는 언니는 곧 큰 냄비에 멸치 물을 올리더니 찹쌀가루를 꺼내 반죽을 시작했다.      


 목구멍에 풀칠도 어렵던 시절, 할머니는 식구들 얼굴에 마른버짐이 피어나면 장국을 끓였다. 멸치 국물에 미역을 풀어 넣고 한소끔 끓으면 찹쌀가루로 만든 새알을 넣었다. 그걸 장국이라 했는데 식구대로 한 그릇씩 먹으면 어쩐지 힘이 나곤 했다. 구수한 냄새 풍기며 보글보글 끓고 있는 추억의 장국을 드시면 엄마의 기력이 회복될까 싶어 우리 자매들은 둘러앉아 새알을 만들었다. 그러나 엄마의 입에 들어간 장국은 겨우 국물 몇 숟가락이었다. 이제는 하루 세 끼도 다 끓여 먹을 수 있는 이 음식을 엄마가 또 드시게 될지…… 

 마음이 또 축축해졌다.     

 



****** 아래 부터는 지난해 9월 출간한 책 목차 중 <엄마는 안 죽는 줄 알았어>에서 한 대목을 가져온 것입니다.  https://bit.ly/aladinnamsoo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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