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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남수 Jun 19. 2021

원주의 봄

토지문화관 단상 -2

 

 타인들이 같은 건물 안에서 같은 시간에 모여 같은 음식을 먹으며 생활하는 경험이 참 오랜만이었다. 식사시간 외에는 각자의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으니 식사를 마치는 속도대로 산책에 나서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게 된다. 묘하게 식당의 좌석 한 곳을 선택한 후에는 마치 지정석처럼 늘 그 자리에 앉게 되고 그렇게 짝이 되고 처음 같이 걷던 사람들이 산책 동기가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좌석은 투명 칸막이가 되어있고 5명 이상 모여 다니지도 못하니 소수의 몇 사람이 특히 친밀해지기도 하고.

 아침은 식당에 준비된 빵과 계란 음료 등을 각자 알아서, 먹기도 하고 안 먹기도 하니 마주 할 일이 없는 작가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여기저기서 슬슬 걸어 나와 식당에서 만난다. 밥 먹는 속도가 늦은 나는 거의 제일 먼저 음식을 챙겨 앉지만 마치는 건 거의 꼴찌다.

다행히 산책 동기 한 분이 늘 늦게 식당에 오는 터에 엇비슷해져 다행이었다.

 타인들과 함께 식사할 때면 가장 난처한 게 속도다. 내가 몇 숟가락 뜨면 타인들의 식사는 끝나 있다. 직장인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지만 작가들도 거의 예외 없이 속도가 빨랐다. 뷔페 형태라 다행이지 같이 놓고 먹는 음식인 경우 회가 몇 점이나 남았는지, 수육을 한 번 더 집을 수 있을지 속이 바빠지기도 한다. 양은 적고 속도는 늦은데도 자주 체하니 비상약품 군에 소화제를 빼놓지 않는다.  

 고맙게도 토지의 음식이 된장국, 나물, 감자 등 소박하고 정갈해서 소화불량을 거의 겪지 않았다. 쑥, 돌나물, 민들레, 개망초 등 토지 뒤뜰에 봄나물이 지천이라 촌에서 자란 나는 환호성을 지르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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