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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남수 Jun 21. 2021

원주의 봄

토지문화관  단상4 - 성황당과 동백꽃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빠르면 4시, 늦어도 5시 반에는 일어났다. 작가들은 대체로 야행성이 많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어느 날 내가 4시에 일어났다니 어느 작가는 그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며 웃었다. 아침은 주로 혼자서 잠시 걷는다. 논둑을 타고 내려가 졸졸 맑게 흐르는 물소리에 손을 담근 채 연못에서 끼룩거리는 새들과 논다. 물안개가 자욱이 피어오르기도 하고 해가 발갛게 물들어 퍼지기도 한다. 어찌나 마음이 편해지는지 참 좋아했던 장소다.   

  


 우연히 산책 동기가 된 L작가와 E작가는 나처럼 토지문화관에 처음 온 사람들이었다. 통하는 기운이라는 게 있는 건지, 편해서 틈틈이 이야기 나누고 격려하며 잘 지냈다. 

 이들과 자주 성황당 길을 산책했다. 약간의 오르막 숲길을 걸어가면 편편하게 다듬어진 언덕에 아담하게 자리한 성황당은 아름다리 나무가 빙 둘러싸 신령한 기운을 뿜어냈다. 어쩐지 엄숙해져서 나무를 두 팔 가득 보듬고 각자의 소망을 빌기도 했다. 엄나무라고 표기된 안내판이 있었는데 닭백숙에 넣는 엄나무 뿌리만(줄기인가?) 본 나는 엄청나게 큰 나무에 압도되었다. 아마도 종류가 다른 것이지 싶다.


성황당 주변 숲에는 봄의 전령사처럼 생강 꽃이 노랗게 피어났다. 산수유와 많이 닮은 꽃이다. 강원도는 생강 꽃을 동백이라고도 한다는 것,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이 생강 꽃을 말한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평생 아는 척 떠든 내용이 전혀 엉뚱한 지식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의 민망함이란…… 


 아무튼 우리는 뭔 중요한 일만 생기면 어서 성황당에 다녀오라고 서로 채근하며 웃곤 했는데 그러려고 하니 그런 건지 묘하게 각자의 일들이 잘 풀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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