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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남수 Jun 22. 2021

원주의 봄

토지문화관단상 5- 별이 빛나는 밤

   

 저녁 8시만 되어도 마을은 정적에 쌓였다.

동네 개들도 조용해졌다.


 이 동네는 집집마다 개가 있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기도 하겠지만 멧돼지, 너구리, 오소리 등 야생짐승들의 침입을 방비하는 역할도 하는 것 같다.

 매일 지나다니니 반가워 꼬리 흔드는 녀석도 있는 것 같고, 동네 사람 아닌 네가 왜 어슬렁거리고 다니느냐고 텃세 부리는 녀석도 있는 것 같았다.


 해가 지고 동네 귀퉁이에 서 있던 마지막 버스도 떠나고 나면 사람도 동물도 잠이 드는 마을이었다.     

 방안의 오래된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유난히 커지는 시간 만년필로 글씨를 쓰면 사각사각 소리가 온전히 들린다.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도 음악 같다.  

 커튼을 열어 몇 개의 불빛만 간간이 보이는 어둠을 마주하면 첩첩산중에 들어선 느낌에, 적막감이 밀려들기도 했다. 


  인공의 불빛이 잠드는 진짜 어둠 속에서 별은 마음껏 빛을 낸다. 

  나는 창가에 서서 짙은 어둠에 눈을 담고 하염없이 서 있곤 했다.

2021년 3월의 어느 밤, 토지문화관 본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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