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
SNS엔 흔히 말하는 '자랑질'들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어디에 갔고, 무엇을 먹었고, 무엇을 체험했고 등등... 자신의 삶의 모습을 보여 그게 무엇이든 '과시'하려고 하는 듯싶습니다.
이런 행위들은 인간 내면의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무엇이든 어렵지 않게 보여줄 수 있는 통로가 생겼으니 SNS엔 여지없이 그런 모습들이 넘쳐나고 판단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은 곧이곧대로 믿고 좋아들 하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꼭 자랑질뿐이 아닌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고 고통과 번뇌를 드러내는 이들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중들은 이들의 솔직하고 용감한 모습에 격려를 보내며 응원을 하기도 하죠. 간혹 큰 병이 걸린 상태로 대중과 소통하다 생을 마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움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주먹하나 쥐고 한 생을 태어나서 다시 한 줌의 재로 사라지는 것이 우리 인생이죠.
무엇 때문에 그리도 욕망을 쫓고, 물질을 쫓는 건지...
이런 이성적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우린 항상 '현재의 상황'에 매몰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게 우리의 삶입니다. 거기에 대고 형이상학적 개념들을 이야기해 봤자 잘 와닿지 않습니다. 바로 지금과 내일이 우리에겐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최근 제겐 인생에서의 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내가 제 곁을 떠났네요.
같이 한생을 살자고 다짐했건만, 이렇게 종이 몇 장에 사인을 하고 인장을 찍으면서 우리의 문서적인 관계는 끝이 났습니다. 사건의 발달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었지만, 그동안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왔었습니다. 여러 문제들은 봉합되지도 가려지지도 않게 되어 결국 이런 결과를 만들었네요.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정말로 너무 힘들었는데, 주변에 이런 힘든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습니다. 시간이 흘러 막상 결과가 매듭지어지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도 듭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살아가는 모양입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해봤습니다. 한편으로는 조금 성숙해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아픔의 과정들이 쌓여 한 편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이 세상이 '일체개고(一切皆苦)'라고 이야기 하나 봅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원하지 않는 결과에 대해서 분노하기도, 슬퍼하기도, 절망하기도 한 다양한 감정들이 반복되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원망과 분노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되더군요.
이런 개인적 내용을 글로 공개해도 될까?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처럼 이 시기의 감정들을 글로 남겨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정제되지 않은 마음의 글들은 크게 의미를 가지지 못한 다는 생각이 더 들게 되어서, 그 과정들을 글로 남기진 않았습니다.
한동안 의식 없는 삶을 사는 듯하다가 정신을 차리기도 다시 멍해지기도 하는 생활의 반복입니다.
엊그제는 아이와 아내를 만나 같이 식사를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했습니다.
어찌 보면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듯하기도 합니다. 단지 떨어져 산다는 것 빼고는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정리를 하게 되면 완전 남남이 되는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건 아닌 모양입니다.
이전이 아주 특수한 밀접한 관계였다면, 이제는 조금은 더 느슨한 관계가 된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바라보기도 만지기도 어색하기에 분명 다름이 생기긴 했습니다.
힘겨운 6월이 지나가고 7월이 다가왔습니다.
새로운 날, 새로운 다짐과 새로운 좋은 만남들을 기대해야겠죠.
잠시 잊었었던 것들에 대한 감정을 떠올려보려 합니다.
소중한 것들을 너무 챙기지 못했었네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냥 흘려보내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