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축마라톤 대회 참가
무라야마 하루끼는 러너(Runner)입니다.
그 자신의 달리는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도 했죠.
이번 일요일 생애 처음 달리기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10k 단축 마라톤이죠.
10킬로가 무슨 마라톤이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달려보시면 압니다.
한국에서 달리기 열풍이라고 하는데 중국 이곳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10월 11월은 달리기 계절이라고도 할 수 있죠. 각 도시에서는 많은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신청자가 매우 많습니다. 추첨을 하는데 유명대회는 당첨률이 매우 낮습니다. 그중 중국 최고 인기인 상하이 마라톤은 2025년 올해 당첨률이 7.2% 였다고 하네요. 곧 11월 30일 열리는데 2만 3천 명이 동시에 달리니 장관이 될 듯싶습니다.
전 우리나라식으로 하면 상하이시의 한 구청에서 주최하는 지역 단축 마라톤에 참석했습니다. 추첨이 아닌 선착순으로 등록하는 거였는데 지인의 권유로 신청했다가 그만 등록이 되어버린 상황이었죠.
10월부터 어떻게든 한 달 마일리지 100킬로는 뛰자고 해서 채워보고 이번 달 10킬로를 몇 번 뛰어왔습니다. 종종 동네 몇 바퀴를 뛰어보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건 채 몇 달 되지 않은 상황이었죠. 이전에만 해도 달리기는 제게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유난히 달리기를 싫어했던 거 같네요. 숨이 차오르고 다리와 허리에 통증이 올라오기에 그리 반기는 운동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복싱을 시작하고 절운동을 하면서 체력이 조금씩 올라오던 차에 주변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꽤 많은 분들이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됩니다. 나도 연습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도전심이 들기 시작하고, 또 요새 유행하기도 하니 한번 시작해 보자는 마음이었죠. 한국에 가서는 새벽에 한강변을 뛰어보면서 아 이래서 사람들이 달리는구나 하는 달리기의 맛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어느 정도 뛸 줄 알아야 어디 가서도 힘들이지 않고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가서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거리를 사람들 없을 때 뛰는 것이 참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엔 중국 한 지역의 자연풍경을 마주하면서 산과 강변을 뛰어봤는데, 그 자체가 엄청난 힐링이 되더군요. 그렇게 러너로의 길에 조금씩 진입하던 중이었습니다.
처음 참여하는 달리기 대회.
몇 시에 도착하고 가지고 있는 소지품은 어찌하며, 여권은 계속 갖고 뛰어야 하는지, 옷은 어떻게 입고 교통편은 어찌해야 하는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궁금한 거 투성이었죠. 금요일부터 배분하는 번호표를 받으러 지정된 장소에 가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서 배급물을 받아가더군요. 가방 안에는 배급표와 티셔츠, 각종 음료, 먹거리 그리고 에너지젤과 과자류 등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신청할 때 100위안(약 2만 원)을 참가비로 넣었는데 이렇게 많은 걸 주는 걸 보니 참가만 해도 이득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가방을 받아 들고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새 러닝화를 구입하러 쇼핑몰에 갔습니다.
신발을 구입하고 나서 안 사실이지만, 절대로 새신을 신고 뛰지 말라더군요.
익숙한 신발과 양말을 신어야 컨디션을 지킬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새 신발은 내 몸에 적응시키는 시간이 필요한데 아직 몸에 맞지 않은 신발은 부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일 어쩔 수 없이 새신은 모셔놓고 기존 신발을 신고 뛸 수밖에 없었죠.
당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전날 부른 차를 타고 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새벽이라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밖에서 더 많은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는데, 덕분에 대회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겠더군요. 6시가 다가오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7시 정각에 출발했습니다.
4500명이 뛰었는데 전 어쩌다 앞쪽에 자리 잡게 되었고, 주변을 살펴보니 다들 전문가 포스가 느껴지더군요. 초보중의 초보였던 전 그들 속에서 출발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사람들의 열기 때문인지 새벽공기가 그리 차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재밌는 것은 출발하기 바로 전에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진다는 것. 다들 큰 소리로 국가를 제창하고 있는데 '아 여기가 중국이지...' 하는 깨달음을 얻는 잠시간의 시간이었죠. 흥겨운 음악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는 중에 출발 신호와 함께 그 많은 인원들이 동시에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빨리 달리던지... 그만 제 페이스를 잃고 초반에 너무 빨리 달리는 바람에 경기운영이 엉켜버려 제 PB(Personal Best)는 달성 못했다는 핑계가 생겼습니다. 어쨌든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특히나 초반 터널을 지날 때 사람들의 발 딛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다들 그 소리에 매료되어서 함성을 지르더군요. 그 엄청난 현장의 에너지는 정말 멋진 기억으로 남을 듯싶습니다.
어느 유튜버의 영상에서 본 글입니다.
이 말이 참 와닿네요.
10km.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면서 연습 없이 도전하면 매우 힘든 거리입니다.
이 거리를 완주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다시 더 긴 거리를 도전할 용기가 생기게 되죠.
저도 이젠 정식 대회에서 메달도 획득했으니, 러너의 길에 입문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대회를 마치니 메달과 함께 또 한 바구니의 선물을 줍니다.
큰 타월과 음료 등등이 담겨있는 가방을 받아 들고 번호판을 코팅해 주는 곳에 줄을 서서 기념품을 만들었죠. 메달에 이름을 새겨준다는데 거긴 800명 제한에 걸려 그만 기회를 놓쳤습니다.
설레면서 기다린 시간. 당일의 그 함성과 열정, 에너지. 그리고 대회 후의 그 성취감과 여운.
한동안 제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듯싶네요.
그렇게 저만의 첫 번째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여정이 기대가 되기에 설렘은 지속될 듯싶습니다.
모두들 건강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