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an An 1000 Trees' 소개
중국에는 정말 많은 쇼핑몰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 많은 쇼핑공간들의 수만큼이나 각양각색의 다양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죠.
이번에 소개할 쇼핑몰은 굉장히 독특한 형태를 가져 화제가 되고 있는 '天安千树 티엔안치엔수' 한자로 '천안천수'라고 읽히는 쇼핑몰입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1000트리즈'라고 소개가 되었네요.)
글자 그대로 천 개의 나무로 이루어진 쇼핑몰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모처럼 여유가 좀 생겨서, 벼르고 벼르던 상해 핫플레이스 목록 중의 한 곳인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12월 22일에 개장을 한 이 쇼핑몰은 여러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현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는 영국의 디자이너 겸 건축가 토마스 알렉산더 헤더윅(영어: Thomas Alexander Heatherwick) 의 작품이죠. 이 분은 최근 서울에서 관련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들러보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전시참고 : ‘헤더윅 스튜디오 : 감성을 빚다 (Heatherwick Studio : Building Soulfulness)’)
2023년 9월 6일까지라고 하니 서두르셔야 할 거 같네요.
헤더윅은 세상을 놀라게 하는 디자인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몇 년 전에는 Foster+Partners와 협업으로 입면이 움직이는 건축물인 BFC外滩金融中心(Bund Finance Center)을 만들어 화제가 되었었죠. 그 외의 많은 기발한 디자인들이 있는데 관련정보들을 꼭 한번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天安千树이 위치한 곳은 쑤저우허라 불리는 강변에 위치해 있습니다. 상해에는 중심이 되는 와이탄이 인접한 '黄浦江황푸지앙'과 여기서 뻗어 나오는 '苏州河쑤저우허'가 있는데 황푸지앙은 조계를 만들었던 서방의 주요 통로였다면 그보다 작은 수로였던 쑤저우허는 주변으로 여러 중소규모의 공장들이 들어서곤 했습니다.
상해정부는 이후 대대적으로 강변 정비사업을 벌이면서 공장들은 이전을 시작했고, 도시재생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다양한 모습의 공간들이 강 주변에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밀가루를 생산하던 공장이 있던 부지는 일부를 보존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쇼핑몰로 거듭나게 되었네요.
건물위치 : 上海市普陀区莫干山路600号 (지하철 江宁路역에서 약 550미터)
1기 (쇼핑센터)
연면적 : 약 28만 제곱미터
상업면적 : 약 11만 제곱미터 (주차면적포함 약 400대)
2기 (호텔, 사무, 상업_ 현재 시공 중)
연면적 : 약 16만 제곱미터 + 역사보호건물 4000제곱미터
외부에 개방된 곳은 1기인 쇼핑몰이고 바로 옆에 2기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2기 건물도 그 형태가 드러났고, 건물디자인의 핵심인 공중화원의 구조물들은 이미 완공되어서 전체의 어울려지는 경관은 모두 알 수 있더군요.
1기와 2기 합쳐서 약 200억 인민폐 (한화 약 3600억)가 들어갈 예정이며, 1기엔 약 51억 인민폐가 투자되었다고 합니다.
제 경험으로 비춰보면 중국에서 보통 상업면적 기준 1만 제곱미터당 일반적으로 대도시 기준 약 1.3억 인민폐가 드는 경우로 본다면 이 프로젝트는 상당한 투자 부담을 안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프로젝트의 상징성이나 중요도 그리고 향후 인지도 등등을 고려해서 가치를 만들고자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업건축의 본질은 수익을 위한 것이기에 '적절한 투자'라는 개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이 건물을 방문하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헤드윅이라는 걸출한 건축가를 통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상업건축이라는 본질적인 가치에 있어서 이 쇼핑몰은 과연 성공한 프로젝트인가를 질문해봐야 할 것입니다. 아직은 초기라 볼 수 있기에 예단하긴 이르지만, 최근의 중국 경기침체라든가 시대적인 상업공간의 발전을 고려하더라도 여기서 보이는 모습들에서 조금의 우려가 엿보였습니다.
동서로 가로지르는 쑤저우허를 면하고 있는 건물로서 수변공간의 느낌을 최대한 만들어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일종의 계단식 건물인데, '산'처럼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형상이죠. 강을 면하는 북쪽은 계단식 경사를 두었고 남쪽 모간산루 도로변은 절벽처럼 표현을 했습니다.
'산'형 건축물은 얼마 전부터 많은 관심들을 가지고 있던 형태 표현 중의 하나였죠.
덴마크의 세계적인 건축회사 BIG(Bjarke Ingels Group)가 한동안 이런 류의 건축을 시도하기도 해서 많이 알려졌지만, 이와 같은 형태의 연구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습니다.
헤드윅은 천재적이게도 바로 이런 '산'형이라는 조형적 특징에 공중화원(공중화분?)을 추가해서 아주 독특한 디자인을 완성시킨 거죠.
그런데 이 형태는 내부에 공간을 만드는 데에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방'이라고도 불리는 '암실' 즉 햇빛이 들기 어려운 환경이 생기게 되죠. 더구나 대형의 보이드공간 (Void Space)를 만들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역시나 天安千树 건물내부도 자연광이 들어오기보단 실내의 조명에 의지하게 되는 구조였습니다. 내부의 오픈공간을 보면 상부구조를 받드는 기둥을 독특하게 처리함으로써 오히려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줍니다. 또한 실내의 천정에 사용된 GRFC 천공패널이 여러 각도에서 예술적 기하학 형상을 만들어 주고, 벽은 304 스테인리스 녹슨 금속패널의 고급진 느낌과 더해져서 아주 멋진 실내 디자인을 보여주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의 쇼핑공간의 추세는 외부환경과의 연결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의 채광을 끌고 오거나 베란다나 테라스를 두어 동선을 이어주려고 하고, 때론 외부에 조경을 더하고 내부에 이와 연결된 조경을 심어주려고 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죠.
과거엔 쇼핑공간은 밖에 해 떨어지는 걸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면서 시계와 외부의 창을 없애는 전략을 썼다던데 이건 과거의 '했더라~'라는 썰에 불과하고, 현재의 쇼핑공간은 내부의 답답함을 없애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최근 개장한 한국의 '더현대서울' 백화점 참고)
공중화원(공중화분?)은 헤더윅의 이전 디자인들을 보다보면 이해가 됩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디자인 되었다기 보단, 이전부터 유사한 디자인을 고민한 흔적들을 많이 볼 수 있죠.
天安千树의 가장 큰 독특함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이 공중화분인데, 각기 다른 크기와 높이를 통해서 건물이 진짜 '산'과 같은 느낌을 주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 디자인을 위해 암석틈에서 자라는 나무의 생태학적 특성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하였고 다양한 식물이 공생하는 산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여러종의 나무와 다양한 식물들을 심었다고 하니, 그 노력이 충분히 예상이 됩니다.
天安千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인접한 곳에 M50产业园이라는 예술단지가 나옵니다.
이곳은 이전 방직공장 건물을 개조해서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게 한 곳이죠. 다양한 예술 관련 기업들이 들어서 있고, 개인 및 회사의 작업 및 전시공간 또는 상점과 식당들이 같이 어울려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쇼핑몰을 기획하면서 예술적 감성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M50의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시켰죠.
또한 헤더윅이라는 건축가의 디테일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많이 보였으며 (디테일이 곧 비용인데 중국의 다른 곳과는 다른 디테일 감성이 보였습니다), 도로면에서 보이는 예술적 대형 그래픽들, 그리고 여러 실내의 조형물들이 충분한 예술적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나 내부 투명 엘리베이터에서 볼 수 있는 벽면의 대형 예술적 그래픽들은 중국신화라든지 기하학적 패턴, 혹은 수묵화를 주제로 제작된 거대한 예술 작품입니다.
대형쇼핑공간은 이미 '전시, 판매'의 기능을 벗어나 소비자에게 쇼핑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려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선별, 행사기획, 공간활용등의 마케팅이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앞서 마케팅의 방향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공간구성과 설계가 같이 기획이 된다면 그 효과가 제대로 드러날 수 있는 거겠죠.
天安千树는 디자인적으로 굉장히 멋진 건물입니다.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그 독창성과 완성도는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하고 실제로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업공간은 본질적으로 고객을 끌지 못하면 그 어떤 디자인도 의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고객은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기에 규모가 크고 투자액이 클수록 완성되는 시점과 그 이후의 고객의 변화까지도 예측하고 기획, 설계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내일도 모르겠는데 최소 5~6년 후의 시장변화 소비자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해야 한다니 마냥 어렵기만 합니다.
天安千树가 멋진 건물이긴 하지만, 적어도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아쉬운 점들이 좀 보였습니다.
최근 경기침체의 영향인지, 평일 낮에 방문을 해서인지는 모르지만, 그 화려함과 화제에 비해서 방문객이 너무 적어 보였네요. 51억 인민폐가 투자되었다는데, 이렇게 해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아마도 2기 건물에서 실제 수익을 내야 할 듯싶습니다.
물론 상업공간은 어떻게 운영하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기도 하죠.
시장상황에 맞는 어떤 운영전략을 활용할지 궁금해집니다.
건물외장의 독특함과 화려함 만큼이나 건투를 빌어봅니다.
건물을 보러 가는 공간이 아니라, 물건을 사러 가는 공간이 되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