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걷는 사람, 하정우》하정우

by 미아취향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p.292)



배우 하정우가 아닌 사람 하정우에 대한 이야기.

사실 하정우에 대해 아는 건 딱히 없었다. 그저 연기 잘하는 배우로만 알고 있었을 뿐. 하정우가 나온 영화를 다 본 것도 아니었고, 그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책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배우이기 이전에 매일을 살고 있는 사람 하정우이고, 어떻게 살고 있고 왜 걷는지 이야기 하고 있다.



그는 출퇴근 길을, 1만 5천 보 정도 되는 길을 걸어다닌다. 서울의 집 앞 한강부터 여러 곳곳을 걸어다닌다. 심지어는 하와이에 가서도 10만보를 걷고 오기도 한다. 걸으면서 몸과 마음의 변화를 느끼며 더욱 더 끊임없이 걷고, 잘 먹고, 세상 속에서 어울려 잘 지내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나에겐 일상의 루틴이 닻의 기능을 한다. 위기상황에서도 매일 꾸준히 지켜온 루틴을 반복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p.165)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러닝머신 위에서 걸으며 몸을 풀고, 아침식사는 반드시 챙겨먹는다.

또 출근하는 길에는 별 일이 없는 한 걷는다.

하정우가 지치는 루틴은 이 세가지.

그는 일상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고 깨닫고 있다. 배우란 직업 때문에 주변의 시선과 말들로 자주 흔들리고 슬럼프에 빠질 수 밖에 없지만, 자신이 강한 존재가 아님을 인정하고 스스로 마음을 단단하게 하려 노력한다. 생각이 많고 고민이 쌓일 때는 그저 걷는다.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걷고 난 후엔 고민의 실타래가 어느 정도 풀려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은 이상하게 들린다. 몇 개의 우물을 부지런히 파서 열심히 두레박을 내리다 보면, 내가 평생 식수로 삼을 우물을 발견하기가 더 쉬워지지 않을까?나는 한 사람 안에 잠재된 여러 가지 능력을 일생에 걸쳐 끄집어내고 활짝 피어나게 하는 것이 인생의 과제이자 의무라고 보다. 그런 과정이 결국 나를 완성해주는 것이라 믿는다. (p.217)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자신의 단점을 하나의 능력이라고 받아들이는 대목에선 내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어른들의 말에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이 있는데, 평소 나에게 해당하지 않았다. 궁금한 게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어떻게 한 우물만 파고 있으랴.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잠시 흔들렸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한다는 내 욕심이 강했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여러 일을 경험해보는 게 나에겐 더 중요하다.





내가 걷기를 통해 내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오랫동안 연기하고 영화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 어느 날에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 또 어떤 날에는 나 자신에게 너무도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작업해나가는 것이다. 나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고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p.120)



나 역시 일희일비 하지 않고 꾸준한 일상 루틴을 만들어가는 사람이길.

몸과 마음이 연약한 존재이지만, 어떠한 물결이 오고 강한 파도가 덮쳐도 쓰러지지 않게, 더 없이 강한 나의 닻을 단단하게 내릴 수 있길.




쉽게 편하게 읽을 줄 알았는데, 가볍지 많은 않은 책이었다.

그의 걷는 일상 이야기를 통해 발견한 깨달음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또 배우 하정우가 아닌 도전하는 사람, 멋진 하정우로 바꾸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