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읽고 여운이 남는 이야기

위화의 장편소설 <인생>

by 미아취향

<허삼관 매혈기> 이후 두 번째로 읽는 위화의 소설.

위화의 소설은 두 권 읽은 게 전부이지만, 이야기가 비슷하게 흘러간다.

한 가족의 일생 일대기를 다룬 이야기다. 가족의 탄생부터 소멸될 때까지, 편하게 살며 좋았던 날들이 있는가 하면 힘겨운 일이 터진다. 이 고난이 끝났으려나? 이제 다리 쭉 뻗고 마음 편히 잘 수 있으려나? 하면 또 새로운 고난이 터진다. 다사다난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온다.



내가 아는 중국의 근현대사는 중국과 대만의 관계, 민족해방운동, 서민들의 이야기를 제외한 정치적 흐름이 다였다. 학교 다닐 때 배웠다 하더라도 기억이 희미해졌었고, 대만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찾아보곤 했었다.

공산당과 국민당의 대립과 충돌로 전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 중국의 인민공사가 진행되고 장제스는 대만으로 넘어가 통치를 하게 된다. 위화는 서민들이 어떻게 이 변화무쌍한 가시밭길에서 살아남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갑자기 군인이 되어 전쟁터로 끌려가질 않나, 개인의 땅이 없이 사유화되면서 각 가정의 밥 짓는 솥까지 모조리 가져가고 식당을 차려 배급을 받아먹기도 한다.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니다. 문화 대혁명이 일어나면서 여러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어나가고 있다.



KakaoTalk_20191030_004315579.jpg


주인공 푸구이는 지주의 아들로 풍족하고 게으르게 살았다. 노름을 하며 가족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다른 여자와 놀아나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망나니의 삶을 살았다. 노름으로 조상이 남겨준 땅까지 모조리 다 팔고 으리으리한 집도 넘어가 초가집으로 오면서 잘못 살아왔음을 알게 된다. 밭 한번 갈아 본 적도 없는 푸구이, 먹고살아야 하니 비단옷을 벗고 흙을 손으로 만지며 발버둥 치지만 전쟁터로 갑자기 끌려 나가게 되고, 끈질긴 생명 끈 보전하며 살아남았다. 겨우 집으로 돌아와, 이제 제대로 살아야지! 다짐하며 살기 시작하나,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몇 년 만에 집에 오니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딸은 아파서 말을 못 하게 되었고, 그나마 아들과 아내가 남았을 뿐이다. 이제 이 네 식구의 삶의 치열한 현장이 시작된다.



내 한평생을 돌이켜보면 역시나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아. 정말 평범하게 살아왔지. 아버지는 내가 가문을 빛내기를 바라셨지만, 당신은 사람을 잘못 보신 게야. 나는 말일세, 바로 이런 운명이었던 거라네. 젊었을 때는 조상님이 물려준 재산으로 거드름을 피우며 살았고, 그 뒤로는 점점 볼품없어졌지. 나는 그런 삶이 오히려 괜찮았다고 생각하네. 내 주변 사람들을 보게나. 룽얼과 춘성, 그들은 한바탕 위세를 떨치기는 했지만 제 명에 못 죽었지 않은가.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 거야. 아옹다옹해봐야 자기 목숨이나 내놓게 될 뿐이라네. 나를 보게나. 말로 하자면 점점 꼴이 우스워졌지만 명줄은 얼마나 질기냔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가 죽으면 또 하나가 죽고 그렇게 다 떠나갔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지 않은가. (p.278)



푸구이 노인의 가족 이야기로 함께 걸으며 중국의 근대사의 발자국을 파란만장한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쉽게 접근하고 익살스럽기도 재미나기도 하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이 이야기의 끝을 보고 싶은데 끝나지가 않는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기에 책을 한 번 놓기가 쉽지 않다.


푸구이의 가족 이야기가 나를 웃게 만들고 눈물짓고 울게 만든다. 마음이 철렁하면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어쩌면 여러 전쟁의 고난을 겪었던 우리의 정서와도 잘 맞아가지 않을까 싶다. 정치적 상황이 어떻든 간에 가족들끼리 똘똘 뭉쳐 힘들어도 웃으며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는 이 네 식구의 이야기, 뜨겁게 잘 읽었고 여운이 크게 남는다. 한동안 푸구이 노인이 자주 생각 날 것 같다.



추천 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숨 막히는 답답함 대신 그럭저럭 소소한 자유와 행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