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장편소설 <인생>
<허삼관 매혈기> 이후 두 번째로 읽는 위화의 소설.
위화의 소설은 두 권 읽은 게 전부이지만, 이야기가 비슷하게 흘러간다.
한 가족의 일생 일대기를 다룬 이야기다. 가족의 탄생부터 소멸될 때까지, 편하게 살며 좋았던 날들이 있는가 하면 힘겨운 일이 터진다. 이 고난이 끝났으려나? 이제 다리 쭉 뻗고 마음 편히 잘 수 있으려나? 하면 또 새로운 고난이 터진다. 다사다난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온다.
내가 아는 중국의 근현대사는 중국과 대만의 관계, 민족해방운동, 서민들의 이야기를 제외한 정치적 흐름이 다였다. 학교 다닐 때 배웠다 하더라도 기억이 희미해졌었고, 대만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찾아보곤 했었다.
공산당과 국민당의 대립과 충돌로 전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 중국의 인민공사가 진행되고 장제스는 대만으로 넘어가 통치를 하게 된다. 위화는 서민들이 어떻게 이 변화무쌍한 가시밭길에서 살아남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갑자기 군인이 되어 전쟁터로 끌려가질 않나, 개인의 땅이 없이 사유화되면서 각 가정의 밥 짓는 솥까지 모조리 가져가고 식당을 차려 배급을 받아먹기도 한다.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니다. 문화 대혁명이 일어나면서 여러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어나가고 있다.
주인공 푸구이는 지주의 아들로 풍족하고 게으르게 살았다. 노름을 하며 가족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다른 여자와 놀아나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망나니의 삶을 살았다. 노름으로 조상이 남겨준 땅까지 모조리 다 팔고 으리으리한 집도 넘어가 초가집으로 오면서 잘못 살아왔음을 알게 된다. 밭 한번 갈아 본 적도 없는 푸구이, 먹고살아야 하니 비단옷을 벗고 흙을 손으로 만지며 발버둥 치지만 전쟁터로 갑자기 끌려 나가게 되고, 끈질긴 생명 끈 보전하며 살아남았다. 겨우 집으로 돌아와, 이제 제대로 살아야지! 다짐하며 살기 시작하나,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몇 년 만에 집에 오니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딸은 아파서 말을 못 하게 되었고, 그나마 아들과 아내가 남았을 뿐이다. 이제 이 네 식구의 삶의 치열한 현장이 시작된다.
내 한평생을 돌이켜보면 역시나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아. 정말 평범하게 살아왔지. 아버지는 내가 가문을 빛내기를 바라셨지만, 당신은 사람을 잘못 보신 게야. 나는 말일세, 바로 이런 운명이었던 거라네. 젊었을 때는 조상님이 물려준 재산으로 거드름을 피우며 살았고, 그 뒤로는 점점 볼품없어졌지. 나는 그런 삶이 오히려 괜찮았다고 생각하네. 내 주변 사람들을 보게나. 룽얼과 춘성, 그들은 한바탕 위세를 떨치기는 했지만 제 명에 못 죽었지 않은가.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 거야. 아옹다옹해봐야 자기 목숨이나 내놓게 될 뿐이라네. 나를 보게나. 말로 하자면 점점 꼴이 우스워졌지만 명줄은 얼마나 질기냔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가 죽으면 또 하나가 죽고 그렇게 다 떠나갔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지 않은가. (p.278)
푸구이 노인의 가족 이야기로 함께 걸으며 중국의 근대사의 발자국을 파란만장한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쉽게 접근하고 익살스럽기도 재미나기도 하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이 이야기의 끝을 보고 싶은데 끝나지가 않는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기에 책을 한 번 놓기가 쉽지 않다.
푸구이의 가족 이야기가 나를 웃게 만들고 눈물짓고 울게 만든다. 마음이 철렁하면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어쩌면 여러 전쟁의 고난을 겪었던 우리의 정서와도 잘 맞아가지 않을까 싶다. 정치적 상황이 어떻든 간에 가족들끼리 똘똘 뭉쳐 힘들어도 웃으며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는 이 네 식구의 이야기, 뜨겁게 잘 읽었고 여운이 크게 남는다. 한동안 푸구이 노인이 자주 생각 날 것 같다.
추천 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