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를 가치 있게 만드는 일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by 미아취향

밤공기를 맞으며 걷고 또 걸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머릿속 고민거리도 함께 나가길 바라며 더 크게 ‘후’ 뱉는다. 무엇이 나 그리도 힘들게 했을까, 수많은 밤의 길에서 떠다니는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채 나도 함께 공원을 맴돌고 있다. 어린 날의 나에게는 ‘일, 직업’에 대한 고민이 늘 따라다녔다. 내가 선택한 직업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일하며 즐겁게 살고 싶었다. 지극히 평범한 삶의 한 부분이고 당연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는 않았다. 시키는 일을 하고 또 하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말 수는 줄어들고 밤이 깊어져야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일주일간 밤낮없이 일을 하다 보니 몸은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가능하고 괜찮다고 하지만, 청춘의 ‘젊음’은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 단어라 여기게 되었다. 매일 야근하다 보니 사람들 만날 시간 없이 퇴근하면 집으로 가기 바쁜 생활이 이어진다. 나의 사수가 아마 내 미래의 어느 한 부분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 부정하고 싶었다.

서른이 되면서 일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고 덩달아 자신감이 생겼다.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밤 길을 걸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힘들게 일하던 과정을 완성으로 이끌며 무슨 생각을 했었니? 즐겁긴 하니?’

대답하기가 망설여진다. 고민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나 보다.




완전히 소진되고 나서도 조금 더 소진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해주는 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견디면서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p.67)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처음 이 문장에 닿았을 때, 단번에 마음이 찡해져 왔다. ‘완전히 소진되고 나서도 조금 더 소진할 수 있는 일’ 이 어떤 것일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뭘까, 잘하고 있는 걸까, 지금의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가. 물음표들이 나를 향해 달려온다. 어떻게 답을 할 수 있을까. 많이 어렵다. 동시에 답을 알고 싶었다.

‘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나 보다.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그때 내 존재는 가장 빛이 나기 때문이다. (p.68)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가방에는 늘 책 한 권이 있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콩나물같이 빽빽하게 서 있어도 잠시의 여유를 찾으면 책을 펴서 읽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닌 9시쯤에 퇴근하면 근처 서점으로 달려갔다. 해결되지 못한 채 부유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책을 폈다. 명확한 답을 얻지는 못할 지라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아나기도 했다. 읽으며 마음을 흔들었던 문장들을 기록한다.




‘이제 당신이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의 답을 찾으러 문장에게, 작가에게 질문을 한다. 그리고 내 하루를 돌아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삶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읽고 기록하고 쓰는 이 행동은 나를 더욱 능동적이게 살게 하고 있다. 의지대로 선택해서 읽으며 무엇을 더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는지 파악한다. 기록해 놓은 문장들을 읽으며 ‘무엇을 잘하고 싶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알아차리게 되었다. 내 가치가 찬란하게 빛나는 곳은 어딘지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읽으며 쓰면서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이 길이 재미난다. 조금 더 즐겁게 살기 위한 과정이고 오직 나만이 가진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 줄거라 믿고 있다.






내가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일 수 있는지 알게 된 일이다. 내 안에는 많은 빛이 숨어 있다는 것. 어디까지나 지금의 나란 그 빛의 극히 일부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일이다. (p.195)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지금의 나는 즐겁고도 치열하게 읽었던 어린 날에 나를 사로잡았던 문장을 다시 하나씩 꺼내어 읽는다. 어린 날의 내가 보관해 둔 문장을 읽으며 어떤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떠올린다. 맹렬하게 달려들어 찾고자 했던 게 무엇이었을까? 해결이 되었을까? 이제는 한 걸음 나아가 문장과 함께 나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펼친다. 주머니 속의 여의주를 꺼내듯이 내가 가진 빛을 세상 밖으로 뿜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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