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이미 마음속에

너의 모든 해답은 네가 찾아낸 이 곳에

by 미아취향


지하철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이어폰을 꺼내 귀에 꼽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재생한다.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는 오직 나에게 불러주는, 나를 위한 노래 같다. 집에서는 스피커로 노래를 듣기 때문에 가사를 신경 쓰며 듣기는 어렵다. 대체적으로 음을 들으며 흥얼거리는 정도다. 아이와 같이 있으며 동요를 많이 듣는 편이라 밖에 혼자 있을 때가 되어야 가사를 음미하며 제대로 들을 수 있다.



2018년 6월 첫째 주,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떴고 병원을 가서 자궁 속에 아기집을 확인했다. 신기하게도 외관상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데 내 배 속에 아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속에서 메스꺼움이 올라와, 제대로 무언가를 먹기가 힘들어졌다. 지독한 입덧이 시작되었다.



회사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그리 길지도 않고 지하철로 몇 정거장 가면 되는데, 한 정거장 갔다가 내려서 쉬었다가 다시 타서 한 정거장 가길 반복했다. 사람들에게서 풍기는 온갖 냄새가 섞여 날 괴롭혔다. 택시를 타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엔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는 모든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출퇴근 길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냄새 때문에 구역질을 반복했다. 사람들의 믹스커피 냄새, 음식 냄새, 화장실 냄새 등등 맡기만 해도 구역질을 하러 달려갔다. 점심시간이 되면 동료들과 밥 먹으러 같이 가는데 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었다. 다들 내가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 매일 물어보며 식당을 찾는데 그들의 소중한 점심시간과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 같아 불편했다. 어디 그뿐이랴, 오후가 되면 졸음이 밀려와 잠시 엎드려 있었는데, 1시간 동안 너무나 잘 잔 나를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여 2시간 덜 일하게 되었지만 그것마저 힘들어져,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함이 쏟아졌다. 회사 일을 진행하기가 불가능했다.
결국 한 달 만에 퇴사를 했다.



내가 원해서 한 퇴사와, 상황상 어쩔 수 없이 한 퇴사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다음에 내가 무엇을 할지 치열하게 고민을 하며 다니고 있는 회사를 퇴사를 했을 땐, 속이 후련하기도 했고 다음의 내 길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고 신나기도 했다. 하지만 입덧으로 퇴사를 한 나는, 집에서 덩그러니 혼자 남겨져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지금 일을 많이 해 놔야 나중에 출산하고 복귀할 때 부담감이 덜 할 것 같은데, 더 일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데…….’
많은 감정이 나를 괴롭혔다.



냉장고 냄새도 맡기 힘들어 밥 한 끼 챙겨 먹는 게 이렇게나 괴로울 줄이야, 잠시 부모님이 계신 고향집에 내려왔다. 엄마가 해 주시는 밥을 투덜거리며 먹고 산책 겸, 집 앞에 있는 강변공원으로 혼자 나왔다. 평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어폰을 귀에 꼽고 노래를 틀었다.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속에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곳이 기다릴 거야
믿어도 괜찮아 널 위로해줄 Magic Shop
_Magic Shop. BTS



스스로 감정 제어가 되지 않아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지금이다. 여태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았나. 지금까지 일 한 경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다. 7년간 쉴 틈 없이 맹렬하게 달려들어 일하던 내 모습은 온 데 간데 없이 집에서 노란 신물이 올라올 때까지 토하고 지친 내가 남았다.

‘잘 살아온 걸까, 일을 하지 않으면 출산하기까지 10개월 동안 무엇을 할까?’ 내가 밉고 이 상황에 화가 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반대의 감정도 스멀스멀 올라왔다. ‘7년간 너무 힘들게 일하지 않았니? 이제 쉬는 게 어때?’

내 마음은 이렇게 두 가지의 말을 했다.



나도 모든 게 다 두려웠다면 믿어줄래
모든 진심들이 남은 시간들이
너의 모든 해답은 니가 찾아낸 이 곳에
너의 은하수에 너의 마음속에
_Magic Shop. BTS



노래 속 가사가 날 강타했다. 눈물이 핑 돈다. 이제 엄마의 삶을 살 거란 사실에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또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놓아야 한다는 사실에 경력이 끊길 것만 같아 두려웠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지 고민이 된다. 이 노래를 듣고 또 듣고, 산책을 하며 수십 번을 들으며 요동치는 마음을 붙잡았다.



네 마음도 일종의 나침반이야. 그리고 가장 위대한 선물이기도 하지. 만약 혹시라도 네가 길을 잃는다면 그냥 마음을 활짝 열어보렴. 그러면 그 마음이 너를 올바른 방향으로 데려다 줄 거야.
《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_ 제임스 도티 지음 》



이 날 이후 나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 달라졌다. 어쩔 수 없는 변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구역질이 올라와 화장실로 달려가는 순간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웃을 수 있길 노력하기로 했다. 어차피 앞날의 나는 무엇을 할지, 어떤 일이 나에게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지금의 임신 중에도, 미래의 출산 후에도 내 마음이 무엇을 말하는지 귀 기울이고 따라가 보기로 한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어떤 길을 원하는지는 어느 누구의 말을 따라가기보다는 이미 스스로가 잘 알고 있으리라 믿고 있다. 잘할 수 있다고 말이다.



임신 초기의 내가 마음으로 들었던 노래를 지금 다시 듣고 있으니 오만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날의 감정이 떠올라 울컥하곤 한다.

그때의 내가 생각했던 대로 잘 살고 있는가? 대답은 YES! 체력적으로 힘든 육아를 하고 있지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고 즐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육아는 언제나 정해진 답이 없고 상황에 따른 경우의 수 역시 자주 바뀌었다. 회사일 하는 것보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책임감 막중해지며 많이 어렵게 다가온다. 육퇴를 한다고는 하지만 진정한 퇴근은 없다. 그래도 말이다, 끝도 없는 집안일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아이와 돌봄에 씨름을 하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나 스스로를 조금이나마 돌보기로 노력한다.

마음은 오늘도 나에게 말한다.
‘나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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