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 발문 2부
2부
책사: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법치국가의 기본이야!라고 말하면 돼!
지배자가 되고 싶은 정치 지망생: 그럼 진짜 받아들여요? 불공정한 판결도요? 아닐 것 같은데요?
책사: 보통은 그냥 받아들이는데……. 꼭 튀는 애들이 있긴 해!
지배자가 되고 싶은 정치 지망생: 그놈들은 어떻게 하죠?
책사: 그런 놈들은 체제를 부정하는 자들이니까 가까이하지 말라고 나머지 애들에게 말해 주고 그놈들을 고립시키면 돼. 그러면 나머지는 법이 자신들을 지배하는지도 모르고 법치를 대단히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 우리가 그래서 개, 돼지라고 부르잖아. 생각을 못 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생각을 안 해! 그리고 게네 중에 우리 편이 많아. 자칭 보수라고 하는 애들이 있는데 걔들이 우리 편이야. 네가 먹다 남은 떡고물 있으면 아까워하지 말고 그 정도는 개, 돼지한테 던져줘. 그러면 자기들이 우리처럼 강자인 줄 착각하니까! 좀만 게네한테 투자해 두면 든든해. 우리가 모든 면에서 게네보다 앞서는 데 문제는 항상 쪽수에서 밀리는 거잖아!
지배자가 되고 싶은 정치 지망생: 그래도 꼭 딴지 거는 새끼들이 있어요. 그것도 목숨 걸고! 법의 해석을 왜 법관만 하느냐고?
책사: 그러면 또 법의 해석 권한은 지적으로 탁월한, 사법고시 합격한 판사의 고유 권한이다. 독점 권한이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거 알지? 그리고 한마디 더 해. ‘너 사법고시 합격할 수 있어?’라고 하면 대부분은 입을 닥쳐. 사법고시를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렵다고 하면 그냥 어려운지 알아.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이렇게 예산편성과 집행, 입법, 법의 해석 권한 독점에 ‘독점’이란 말 절대 쓰지 말고 삼권 분립이라고 말해. 꼭 긍정적인 표현을 써야 하는 걸 명심해! 거기다 견제와 균형이란 말을 꼭 붙이고. 사실 뭐 짜고 치는 고스톱이긴 하지만 이렇게 솔직하면 군주가 절대 될 수 없어. 마키아벨리 형이 말한 것처럼 정치에선 위선과 사기가 제1의 원칙임을 명심해. 이 형은 좀 순수해서 공익을 위해 위선과 거짓 술수를 언제든 사용하라고 했지만, 어차피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공익을 위해, 국가를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했다고 하면 다 통해.
지배자가 되고 싶은 정치 지망생: 마키아벨리 정말 위대한 정치철학자네요! 나 같은 서울대학교 출신들은 마키아벨리를 꼭 읽어야겠어요.
책사: 그래서 너네 학교 추천도서 목록에 올라 있잖아!
지배자가 되고 싶은 정치 지망생: 근데 개, 돼지 중에 우리 학교 오고 싶은 애들이 이 책 읽으면 어떡하죠?
책사: 게네들은 일단 책을 안 사! 그리고 사도 책장에 두고 흐뭇해하기만 하지 읽지는 않아. 그리고 설령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게 어렵게 번역해놔서 걱정할 필요 없어! 일단 돈과 권력이 되는 책은 어렵게 써 놓거든.
지배자가 되고 싶은 정치 지망생: 책사님! 그렇게 깊은 뜻이! 책사님의 책은 꼭 사서 읽어야겠어요. 책사님의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시민을 위한 정치 입문서)는 꼭 사야겠어요.
책사: 당연하지. 내 이름이 ‘책사’잖아! 또 한 가지 정치인(대통령 혹은 수상)이 될 사람이 꼭 알아야 하는 것이 있어! 자신이 지배자임과 사회의 제도가 지배를 보호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개, 돼지 떼에게 영원히 감출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그 방법은 너만 알고 있어야 해. 개, 돼지들이 이 방법을 알게 되면 다 들통난다. 지배자가 되고 싶은 너희만 알고 있어야 해. 왜 그 너희 대학 나온 애들만! 노동자, 군인을 생산하는 공장을 하나 짓고 그 공장에다 학교라고 이름 붙여! 거기서 삼권의 독점을 삼권 분립으로 가르치고 교육기관이라고 불러야 해. 훈육 기관 뭐 이런 얘기 하면 안 되는 거 알지? 훈육은 규칙과 법에 복종하도록 훈련하는 관행이란 부정적인 의미가 있거든. ‘고분고분한’ 노동자와 군인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을 일단 짓고, 그다음에 그 삼권의 독점을 합법적으로 보호하는 여러 제도를 만들면 돼! 선거제도, 사법시험(로스쿨) 같은 것들 말이지.
지배자가 되고 싶은 정치 지망생: 개, 돼지들도 정치하겠다고 선거에 나오면 어떻게 하죠?
-3부에서 계속-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의 편집된 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