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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공장 Aug 25. 2019

조국 이슈에서 드러난 스핀 닥터들의 민낯

대중의 감정과 생각을 조종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누구인가?








"스핀 닥터"와 "뇌가 없는 사납기만 한 거대한 짐승들"


뉴스를 보고 내 마음에 일어나는 감정과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유심히 관찰하자. 바로 그 감정과 생각을 일으키기 위해 언론사는 뉴스를 보도한 것이니, 덮어 놓고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에 휩쓸리면 언론의 노림 수에 놀아나는 것일 거다. 언론은 이런 자신들의 역할을 “동의를 이끌어내기(engineering consent)”라고 멋지게 표현한다.  하지만, 이렇게 대중의 생각과 감정을 조종하면서도 대중을 “뇌가 없는 거대하고 사납기만 한 짐승”으로 부르며 경멸한다. 쉬운 우리말로 하면 “개, 돼지”다. 이런 뇌가 없는 거대하고 사납기만 한 짐승(대중)의 감정과 생각을 조종하는 전문 직종의 사람을 스핀 닥터(spin doctors)라 한다. 멋지게 표현하면 홍보 전문가, 정부나 정당의 대변인, 기업의 홍보 수석이 스핀 닥터다. 좀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여론 조작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단어 선택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2015년 영화 "내부자들"에서 배우 백윤식이 연기한 신문사 논설 주간이 전형적인 스핀 닥터다. 홍보 직종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이런 못된 짓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점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스핀 닥터의 사전적 정의와 직무 기술(job description)


다음 백과 사전에서


스핀 닥터는 영화 내부자에서처럼 전현직 신문사 논설 주간이나, 방송사의 전직 뉴스 앵커 출신 대변인들이다. 이들은 주로 대학이나 석사 과정에서 언론학(journalism)이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전공한다. 연봉도 일반 언론사 기자들보다 훨씬 높고, 고도의 훈련을 받으며, 여러 차원의 뒷받침을 받는다. 스핀 닥터가 사용하는 주요 기술로는 자신을 고용한 정치세력에 유리한 프레임(이슈를 특정한 관점에서 보게 만드는 기술) 만들기, 고용주에게 불리한 뉴스를 다른 뉴스로 덮어쓰기(국면 전환이라 부름), 논점 흐리기 일명 물타기 등이 있다. 무엇보다도, 스핀 닥터는 어떤 어휘와 뉴스를 어느 시점에 언론을 통해 흘리면 대중이 분노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정통하다. 조국의 사노맹 관련 전력, 동생의 위장 이혼 의혹, 그리고 조국 딸의 특혜 의혹을 연이어 던진다. 부를 대물림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나 입학 사정관 제도 등으로 2030에 속한 청년과 이들을 자녀로 둔 대중은 지난 십 년간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 감정은 잊히거나 억눌러져 있었다. 조국 딸의 논문 특혜 의혹에 대한 집중 보도가 이 억눌렸거나 잊힌 감정에 불을 질렀다. 대중의 감정에 불을 지르기가 스핀 닥터가 가진 특기 중에 하나다. 보너스로 조국에 대한 "위선' 프레임 만들기도 성공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특정 시점에 여러 뉴스와 정보를 유통시켜서 특정한 신념이나 의견을 대중의 의식에 심는데도 탁월하다. 인간의 뇌는 일단 특정 신념이나 견해를 갖기로 정하면 이것들을 뒷받침하는 여러 정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다시 이 정보를  끄집어낸다. 뇌의 이런 작동을 확증편향이라고도 한다(확증편향; Confirmation bias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 쉬운 말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 한글 위키피디아에서). 물론, 스핀 닥터가 유포한 이 생각이나 견해를 자신의 견해로 착각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거기다 "내가 어떻게 이런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지!" 하며 자신의 식견에 감탄하기도 한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우리는 이런 것을 일상에서 쉽게 목격한다. 스핀 닥터는 대중의 뇌를 자신의 분산형 컴퓨터의 하드 드라이브처럼 활용한다. 그래서 대중은 특정 이슈에 대해 판단하거나 술 먹으며 토론할 때, 스핀 닥터가 뿌린 정보를 그들의 하드인 우리 뇌에서 "불러내기"하며 목청껏 떠들고, 반대 의견을 가진 가족들 혹은 친구들과 얼굴 빨개지며 싸운다. 물론, 그 싸움이 누구의 손끝과 혀에서 시작되었는지 눈치 채지 못하는 건 스핀 닥터에 대한 합당한 예우다.



스핀 닥터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게임의 승패는 정보의 양과 질이 결정한다. 이를 전문 용어로 "비대칭 정보(asymmetric information)"라 한다. 필리핀이나 동남아 여행 가서 택시 요금을 바가지 쓰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정보 격차 즉, 정보 비대칭 때문이다. 현지 택시 운전사는 현지 지리, 요금 정보, 그리고 환율 등에 대해 관광객인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무지한 상태에서 의사의 알 수 없는 여러 검진 요구에 엄청난 병원비로 당하는 거, 변호사 수임료가 최소 3백만 원부터 일단 뜯기고 시작하는 것이 다 이런 비대칭 정보 때문이다. 30평짜리 아파트 짓는 데 드는 시멘트 비용이 150만 원 정도라 한다. 그런데 아파트가 시멘트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소 3억 원 이상을 주고 사 아파트 대출의 평생 노예가 되는 것도 정보 비대칭 때문이다. 의학 지식, 법학 지식, 그리고 건축이나 아파트 원가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 평생 호구로 뜯기는 거다. 스핀 닥터는 관두고, 풋내기 기자한테도 대중이 이용당하는 것은 해당 사안에 대한 정보가 이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맨날 속기만 한다. 기자들 정도의 지적 수준은 아이들 읽으라고 메이저 출판사에서 전집으로 내놓는 인문학 총서만 읽어도 넘어설 수 있다. 이런 책 읽는 거 어려우면 만화로 풀어쓴 인문학 총서만 읽어도 헬 조선의 기레기 들의 거짓말을 분간해 낼 수 있다. 좀 더 욕심을 내면 각 학문 분야의 개론서만 꾸준히 읽으면 스핀 닥터뿐만 아니라, 유명 지식인이나 작가들의 논리적 허점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개론서는 관두고 인문학 총서를 만화로 펴내도 안 읽는 민족이기에 이렇게 권해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안다. 그래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야 더는 언론이나 스핀 닥터의 기술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으니까.




스핀 닥터에 속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


스핀 닥터와 언론에 속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면, 신문 기사나 방송사의 뉴스 보도를 읽거나 볼 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세심하게 살펴보자. 뉴스를 볼 때나 보고 나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논리적 추론의 결과들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보자. 마음속에서, 그리고 뇌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논리적 결론은 내 것이 아니고, 스핀 닥터나 언론이 의도한 감정이고 논리적 결론(특정 이슈에 대한 그들의 해석이나 견해) 임을 잊지 말자. 언론이나 스핀 닥터에 속지 않기 위해 좀 더 노력한다면, 뉴스를 접할 때 가공하지 않은 날 것의 사실과 이 사실에 대한 언론사의 해석을 구분하자. 특정한 관점에서 해석한(마사지한) 사실에 바탕을 둔 추론의 타당성도 따져보는 연습도 해 보자. 이렇게 주의하지 않은 채, 뉴스나 기사를 접한 후 일어나는 감정이나 특정 해석에 휩쓸리면 앞에서 언급한 "뇌가 없는 사납기만 한 거대한 짐승"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 등 뒤에서 나를 개, 돼지라 부르는 그들의 비웃음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여러 번 반복해서 속으면 동정받는 것도 쉽지 않으니 주의하시길 바란다.    




* 생각공장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분을 존중한다. 하지만 생각공장은 댓글로 토론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생각공장과 의견이 다르신 분 또한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본인의 블로그나 개인 공간에서 의견을 표명하시길 정중히 부탁드린다.


* 해당 이미지는 아래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힌다.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85378#105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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