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22
mbc스페셜에 이장혁 노래가 나왔길래 오랜만에 좀 듣다가 정보를 찾아봤는데 독실한 개신교인이었더라. 게다가 호모포빅한 가사가 들어간 노래도 발표했고.
예전에 이 사람이 '음악여행 라라라'에 나왔을 때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었다. 자신은 노래를 통해 희망을 전하려 한 적이 없다며. 그리고 평소에는 매우 활발한 성격이라고.
그게 가능한 건지 그때도 이상했고 지금껏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독실한 개신교인이라는 정보에 납득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나도 어느 정도는 그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엔 이장혁 노래를 들으면서 이 사람이 개신교인일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2집 수록곡 "아우슈비츠 오케스트라" 가사 중에 '주여'라는 단어가 나오기는 하지만 유대인을 화자로 놓으면 응당 등장할 단어이기 때문에 그걸로 그 사람을 개신교인으로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개신교인 대중음악 뮤지션들이 하는 노래는 '착한 노래'였기 때문에, 설마 힙합을 제외한 장르에서 이런 '음울한' 노래를 쓰는 개신교인이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아니, 힙합은 그래도 '희망은 지쟈쓰!'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라도 하는데 이장혁은 오직 우울만을 노래한다.
근데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개신교인이라면 그런 태도의 노래가 가능하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어떤 희망도 없고 슬픔 뿐이며, 오직 하나님에게서만 그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법을 사회 문제와 연결시켜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장혁은 이런 신앙고백을 정서적으로 깊이 체화한 채로 그러한 개신교인의 태도를 가지고 노래하는 듯 하다. 더 나쁘게 말하면 '나는 이미 구원받았지만 야 너네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아 너희에겐 오직 고통과 슬픔 뿐이야.'라고 자신있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느낌마저 받았다.
그가 어떤 신앙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기에 이장혁 개인에 대해서 이리저리 판단할 순 없지만, '착한 노래' 일색인 개신교 뮤지션 반대편에는 '우울뿐인 노래'를 하는 개신교 뮤지션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뭔가 섬뜩해졌다. 그 우울을 듣는 이들이 과연 그 속에서 어떤 생의 의지를 찾을 수 있을까? 만약 그럴 수 없는 노래라면 그 노래는...괜찮을까? 존재해도?
생각해보면 내 노래 중에도 '작심하고 쓴 어두운 노래'가 있다. 낙루화라든지 열꽃이라든지. 여전히 나 자신은 대놓고 위로하는 노래를 쓰기가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이장혁의 멘탈리티와 비슷한 궤를 가지고 돌아가는 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물론 나의 경우 섣부른 위로를 거절하는 이유는 그 위로가 그저 진통제 역할이나 하고 끝나버리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노래의 본래 역할 중 하나가 그것이라는 걸 기억하고 조금씩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게 지금의 상황인데, '오직 어둠과 우울뿐인 노래'를 만든다는 게 참 위험한 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며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 혹시 이것도 보수 개신교가 내 안에 새겨놓은 흔적인 것인지. 혹은 상처인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