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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틸드 Feb 09. 2022

이것은 세계와 중국의 싸움이다.

현재 열리고 있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세계를 들썩이고 있다. 평창올림픽보다 수준도 낮고 화제성도 떨어졌지만, 그 부족한 부분을 세계의 공분을 사는 어이없는 작태로 메우며 순항(?)중이다. 선수단을 비롯한 각국의 방송팀과 언론 기자들은 북한 뺨치는 통제와 부실한 식사, 환경을 오염시켜가면서까지 만든 100% 인공 눈의 위력을 통해 '뉴 차이나'를 몸소 체험하는 중이고, 중국은 '공정' 작업으로 메달을 수확하고 있다. 그 공정 앞에서 IOC, 심판진 모두 침묵하며 시진핑 독재를 축으로 한 중화제국의 힘을 반증해주고 있다.


덕분에 끓어오른 전 세계, 그 중에서도 한국은 언론이며 국민 너나 할 것 없이 분노섞인 일침들을 쏟아내고 있다. "눈 뜨고 코 베이징 2022"는 그 상징적인 문구이다. BTS의 멤버 RM은 SNS를 통해 중화제국을 비판했다가 중국인들의 호된 댓글에 시달렸지만, 곧 전 세계 아미들의 반격을 받고 패퇴했다.


작금의 사태를 보며 2008년 베이징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당시의 중국은 연일 발전하는 새로운 중국의 태동을 선전하는 데 여념이 없었고, 그 분위기는 마치 88년 서울올림픽을 연상케 했다. 새롭게 태어난 국가와 민족의 저력과 위상을 만방에 떨치려는 강렬한 욕망이 넘실거렸다. 하지만 이후 시진핑이 집권하고 중국의 공기가 바뀌었다. 그리고 세계는 이제야 그 '뉴 차이나'의 진면모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일대일로, 중국몽, 하나의 중국 등의 구호에서 보여지는 것은 중화제국을 향한 중국의 강렬한 욕망이다. 이 과정에서 빈민, 소수민족, 농촌 등의 약자들은 철저하게 소외와 착취와 무시를 경험하고 있지만, 대규모 자본을 축적한 지금의 중국에서는 민주적 개혁 내지 혁명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은 88 올림픽을 계기로 군사독재체제를 끝장내고 형식적 민주화의 기틀을 다지는 시대로 넘어갔지만, 중국은 연이은 국제체육행사를 계기로 왜곡된 중화사상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주입하며, 설득시키고 있다.


독재정권은 국민을 폭력과 억압으로 통치한다는 속설을 처음 뒤집은 사람은 이탈리아의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였다. 처음의 지배는 폭력과 억압으로 시작되었을지 몰라도 이후에는 반드시 이데올로기든 뭐든 새로운 도구를 이용한 설득과 인정의 과정을 거친다. (물론 인권이 보장되거나 민주적인 과정을 거치지는 않는다.) 


이러한 정권의 밑작업이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음은 연이은 어이없는 판정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관영 매체인 CCTV에서는 연일 그 논란의 장면을 "자랑스럽게" 재방송하고 있고, 중국의 행동을 비판한다면 그 누구라도 사냥감이 되었다. 세계적인 스타 BTS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중국인들이 시진핑에게 철저하게 세뇌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미국에 대한 열등감이나 사회에 대한 불만이 제국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관리되며 통제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결국 우리는 시진핑 독재 체제가 "채찍과 당근"을 구사한 결과물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 더 냉정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시진핑 독재체제가 중국을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고, 민주화와 평등을 꿈꾸는 중국 내 세력은 괴멸에 가까운 상태이다. (이에 관해서는 필자가 이전 글에서 소개한 세 권의 책을 참고하시라. https://brunch.co.kr/@ntild/132) 이미 세계는 연결되어 있고, 지난 번 요소수 대란을 비롯해 중국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도는 생각보다 깊이 우리 삶에 뿌리박혀 있으니, 중화제국 중국은 더 이상 무시와 조롱만으로 어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이 어이없는 올림픽에 대한 분노도, 허탈감도 잦아들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지금 쏟아내는 분노와 혐오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게 될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이 연결된 세계 속에서 분노와 적대만으로는 그 어느 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뜬구름잡는 소리로 여겨지겠지만, 하늘에 뜬 구름처럼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거대한 존재인 중화제국에 균열을 내고 진정 '인민의 공화국'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자처하는 미국도, 통합과 분열을 반복하며 길을 모색하는 유럽도 함께 변해야 한다. 선진국임을 인정받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같은 거대한 국제 스포츠 행사는 폐지되어야 하며, 종국에는 국가 체제와 군대가 해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이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지구상의 공동체와 개체들이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한 기초라고 보기 때문이다.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중국의 인민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고루 행복해졌으면 한다. 그것이 결국에는 나 자신의 행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자유주의와 전세계적 기후 위기는 부정적이나마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우주적인 감각을 일깨웠다. 이 연결은 점점 현실적인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전히 온 세계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몽상"을 버리지 않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있고, 그들에 맞서 인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는 한 줌의 세계인들이 중화제국 속에 살면서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다면, 이제 우리가 참여해야 할 것은 세계와 중국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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