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인터내셔널 7주년 창립 기념식
오마이걸 일곱 멤버의 7주년을 맞아 기획된 오늘 같은 공연에 함께할 수 있어서 먼저 영광이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왠지 미미 말투같은데?)
인디 뮤지션이나 음악가(?)들의 공연은 간 적이 있지만 아이돌은 덕질도 처음이고 공연도 처음이라 느낌이 새롭더라고요.
날씨가 흐리긴 했지만 공기가 좋아서 선명한 풍경에, 공연장과 집이 그리 멀지 않았지만 일찌감치 준비를 하고 디마봉(오마이걸 응원봉)을 챙겨 나와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죠.
좀 외진 곳에 있을 줄 알았는데, 문화예술관이어서 그런지 대학교 바로 맞은편, 길가(?)에 있었습니다. 제가 도착한 게 12시 30분경이었는데 이미 크리분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더라고요. 다들 미리 오셔서였는지 예매표는 손쉽게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왜 이때 7시 회차 공연 현장 발급을 받지 않았을까요? 후회중입니다..)
공연 당일 아침에 30분 전 입장에서 1시간 전 입장으로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접했기에 여유있게 줄을 서서 천천히 입장했습니다. 공연 중에 멤버 유빈이 말하길, 미리 세팅 끝내고 크리들이 줄서서 입장하는 걸 몰래 지켜봤다고 하더군요. 귀여워...*'ㅅ'*
코로나 방역 지침이 변경되면서 추가로 풀린 좌석을 정말 운좋게 1층 앞좌석으로 얻었던지라 기분좋게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다음에 또 이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다면 그때는 아예 맨 앞쪽이 아닌 이상 뒷블럭을 예매해야겠다 싶었어요. 맨 앞 블록은 단차가 없어서 앞사람 머리 때문에 시야방해가 좀 있더라고요. 그래서 최애 쩡이 얼굴을 많이 못봤다는...ㅠㅠ
일찍 들어간 터라 기다리기 좀 지루해서, 다음에는 동행할 파티원을 구해서 오면 좋겠다 싶었어요. 제 주변에는 다들 솔플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같은 크리니까 먼저 말이라도 걸어볼까 싶었지만 또 초면이니 그게 쉬운 일은 아니고 뭐 그런 저런 느낌쓰?
콘서트는 아니고 팬미팅이었기에 멤버들도 영상도 컨셉에 충실했어요. 컨셉과 현실의 충돌이 빚어내는 멤버간 웃음 포인트도 재미있었고, 리더이자 맏내인 효정이 인턴이고 사랑둥이 막내 아린이 대리가 되면서 생기는 반전 요소도 좋았습니다.
영상은 시트콤처럼 촬영했는데 잘 만들어졌더라고요. 보면서 "아 이건 외주를 줬겠구나" 싶더라고요. 절대 오마이걸의 기획사가 뽑을 수 있는 퀄리티가 아니었거든요...ㅎㅎ 멤버들 연기도 하나같이 찰떡이고, 말 그대로 캐미가 무르익었다고밖엔 표현할 수 없는 호흡이 정말 좋았습니다.
선곡은... 정말 추억돋게 만드는 선곡에 깜짝놀랄만한 변신을 선보이는 커버곡들이 등장했어요. 특히 오마이걸의 데뷔곡 큐피드의 전주인 "빠루라루" 부분이 시작될 때 온 몸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언젠가 저 부분을 참고한 오마이걸 성장 다큐멘터리 <빠루라루 : 전설의 시작> 같은 걸 만들고 싶을 정도로 강렬한 임팩트가 있었어요.
그 외에 손담비의 "미쳤어", 2PM의 "우리 집으로 가자" 등 커버곡이 이어졌는데, 제가 모르는 곡도 많았고 셋리스트를 일일이 외우려 하지도 않는 편이라 다 기억나진 않네요. 다만 초창기 앨범 곡들을 많이 했고, 언젠가 꼭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게릴라 록 버전"을 드디어 봤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Blink 좀 해주지...떼창하고 싶었는데...
중간중간, 아이돌 팬미팅에서 자주 하는 QnA도 하고 퀴즈도 풀면서 옴망진창을 보여주는데 오디오 터질 것 같은 그 상황을 실제로 눈 앞에서 관람하니 감동적(?)이었습니다. 진짜 내가 이것 때문에 우리 애들 좋아하지 ㅠㅠ
물론 마냥 웃기기만 한 걸그룹이 아니란 걸 알고 그게 또 반전매력인데, 이를테면 공연 막바지에 평소에 잘 안 울던 아린이라든지 유아가 우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고요. 특히 아린이는 개인활동과 오마이걸 활동을 병행하면서 말하지는 않아도 갖은 악플과 평가에 힘들었을 테고, 그런 만큼 팬덤의 지지와 응원을 오랜만에 다시 목격한 오늘 벅차오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유아는 또 하필 코로나 후유증때문에 이번 <Real Love> 활동에 온전히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을 표현했어요. 본인이 미안해할 일이 아닌데, 더 많이 만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할 때는 아티스트와 팬이 서로 미안함과 고마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아이돌 덕질을 하는가보다 싶었어요. 저 또한 "서로에게 힘이 되고 행복을 주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오마이걸을 덕질하는 게 크거든요.
어디 가서 목청으로 뒤지지 않는데, 초반에는 잠깐 나이 생각에 주변 분위기 생각에 - 제 주변은 소리는 잘 안지르시더라구요. 앞자리라 그랬나? ㅠㅠ - 주저하다가 금세 가성으로 호우호우 열심히 소리질렀습니다만, 다음에 갈 때는 파티를 짜서 좀 다른 분들과 함께 더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싶어요. 지금 남은 진한 여운 속에는 충분히 놀고 즐기지 못했다는 후회도 조금은 섞여 있는 듯 하네요. 그리고 그 자리 미라클 팬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부끄럼을 많이 타는 느낌이어서, 제가 앞자리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멤버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됐습니다 ㅎㅎ
아쉬운 점이 없었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전체적인 운영은 다 괜찮았는데요, 팬미팅 컨셉을 회사로 잡았으니 관련한 굿즈를 팔거나 그도 아니면 정규 2집 관련 굿즈라도 팔았으면 좋았을텐데 달랑 포토월만 있더라고요. 진짜 실제로 오마이걸 마케팅팀이 오마이걸 멤버들로 구성되면 더 잘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그리고 사운드에 민감한 편인데, 제 자리 탓도 있었겠지만 음향이 썩 좋지는 않더라고요. 오랜만에 공연을 가서 제가 감이 떨어진 걸수도 있겠지만요.
서두에도 밝혔지만 저는 아이돌 덕질이 오마이걸이 처음이고 공연은 주로 음악과 노래에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형태의 공연을 많이 다녔던지라, 이번 팬미팅은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느끼는 여운도 이전의 다른 공연들에서 느꼈던 것과는 그 성격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아티스트와의 거리가 좀 더 가까워지고 인간적인 관계가 된 느낌이랄까요? 좋아하는 사람은 보고 또 봐도 아쉬운 것처럼, 팬미팅을 본 소감을 남기는 지금도 그런 마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연을 하거나 본 후 찾아왔던 허탈감도 있지만, 그것과는 좀 다르게 앞으로 또 만날 날을 기약하게 하는,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게 만드는 또 다른 여운인 듯합니다.
후기 요약 : 다음에는 꼭 제대로 된 콘서트가 열렸으면 좋겠고, 저도 꼭 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