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잡아먹기와 파리 사냥

by 누두교주

언젠가부터 개털이는 밥을 주면 우선 반 정도만 먹고 나머지는 한, 두 알을 물고 휙 던져 놓고는 ‘미간을 찌푸리고’, ‘콧등 피부를 쭈글거리게 해’ 아주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자세를 낮게 움츠렸다가 낮게 으르렁 거리다가 어느 순간 펄쩍 뛰어 밥을 '잡아'먹었다.


‘밥’이 인기척을 느끼면 도망갈 수 있을 테니 개털이는 가급적 사람이 없을 때 밥을 잡아먹었던 것 같다. 오전의 바쁜 집안일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책을 보던 아내가 개털의 은밀한 ‘먹이 활동’을 목격하곤 뒤집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육상의 먹잇감 포획에 자신감이 붙은 개털이는 어느 날부터 비행하는 대상에 대한 사냥도 감행하기 시작했다.


파리가 날면 개털이는 입을 벌리고 도약하면서 사냥을 시도하고, 공중에서 목을 돌려 공격하는 고난도 기술을 보이기도 했다. 사냥 장소는 파리가 주로 출몰하는 베란다와 거실 공간이었는데 거실에서 밥을 잡아먹다가 파리를 보면 더욱 적개심을 드러내고 추격과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개털이의 파리 사냥은 이내 금지를 당하게 되었다. 어느 날 비행하던 파리가 개털의 공격을 받고는 사라졌다. 즉 그때 개털의 파리 사냥은 성공했고 때마침 그 광경이 딸아이의 눈에 띈 것이다.


이는 즉시 아내에게 알려졌고, 아내는 바로 개털을 대상으로 날개 털기 시작했고 ‘벌세웠다’ 이때를 기점으로 개털이가 파리를 쫓으면 여지없이 야단맞고 벌서기가 반복되었다.




개털이의 마지막 파리 사냥은 베란다에서였다. 이때 나는 파리를 위해 도약하던 개털이가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다 잘못해 얼굴부터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내 후다닥 일어나기는 했지만 별로 유쾌해 보이지는 않았다.


야단과 벌의 교육효과인지 아니면 개털이 스스로 판단한 것인지 파리 사냥은 그만두었다. 밥 잡아먹기는 그 이후에도 당분간 틈틈이 했다.


하지만 밥 잡아먹기의 경우, 물어서 던진 사료가 가구 밑으로 들어간다던지 하면 ‘밥 쫓던 개 신세’가 되고 어차피 다른 경쟁자도 없는 일상이라 오래 못 가 그 흥미가 시들해졌다.

keyword
이전 04화치와와가 된 개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