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륙(大陸)의 개털이
청도에 도착한 첫날 우리 다섯 모두는 한 침대 위에서 잤다. 낯선 분위기가 어색한지 딸아이는 침대에서 애국가를 부르다 잠들었다. 개털이는 좁은 자리가 불편했는지 슬그머니 침대에서 내려가 바닥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을 청했다.
비록 집은 중국으로 이사했지만 나는 중국에서 다시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야 하는 입장이었다. 중국은 지금의 대한민국보다 다소 크다(1). 어떻게 보면 불필요하게 크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젊고 예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공산당이 통치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도시에 두고 10일 이상 자주 집을 비우는 것이 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걱정은 나 혼자 사서 하는 꼴이 되었다.
개털은 중국에서도 한국에서와 같이 똥, 오줌을 잘 가렸다. 욕실에 성공적으로 배변할 때마다 ‘후다닥’ 뛰어나올 때마다 집안 분위기는 환해졌다. 집안에서도 수시로 이방 저 방을 다니며 식구들이 잘 있는지 검사하기도 하고 아내가 일정 시간 쳐다보지 않으면 애교도 부리는 등 집안 식구들 중에서 유일하게 중국에 오자마자 위축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은 아이들이 학교 갈 때 배웅하고 집에 올 때 마중 나가는 것은 변함없는 개털이의 기본적인 일과였다. 아내와 아이들은 개털 이를 앞세우고 보무도 당당하게 행진해 아파트 단지 입구 더듬이 차 정류장으로 간다. 더듬이 차에 아이들이 타면 아내는 개털이 조그만 앞발을 쥐고 흔들어 아이들을 배웅한다. 아이들 친구들은 한국에서 데리고 온 예쁜 강아지를 모두 부러워했다. 아이들을 배웅하고 돌아온 개털이는 간식을 얻어먹었다. 아이들이 돌아올 때는 순서가 반대가 된다. 다만 이때는 경비아저씨, 관리소 아줌마 그리고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마주친 사람들은 우리 가족이 한국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는지라 주로 개털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중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보다 한국 개가 중국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은 아내가 개털 이를 안고 나가거나 아니면 아내는 간식을 준비하고 아이들이 더듬이 차에서 내려 우산을 쓰고 집에 오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국에서 비 오는 날 딸아이 눈에 가장 신기하게 보였던 것은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화단에 물 주는 아저씨”였다. 내가 아이들에게 위압적으로 보일까 걱정했던 ‘공산당이 통치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은 아이의 눈에는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화단에 물 주는 나라’(1)로 보였고 그렇게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개털이는 2년간 중국에서의 생활을 하게 되었다.
(1) 대략 대한민국의 영토는 10만 평방킬로미터, 중국은 960만 평방킬로미터이다. 즉 대강 96배 크다. 그냥 쉽게 계산하면 인천공항에서 속초 (대한민국의 서쪽에서 동쪽까지)까지 2-3시간가량 운전하고 가면 되는데 중국은 서쪽에서 동쪽 끝까지 운전하고 간다면 192시간(8일) - 288시간(12일)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쉽다.
(2) 지금의 중국은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비 올 때 우산만 쓰고 물 주지 않는다. 우비도 입고 우산 쓰고 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