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개털기 10화

잃어버린 개털이

2. 대륙(大陸)의 개털이

by 누두교주

꽃게의 주산지는 연평도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서해 바다이다. 그런데 여기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북한)의 경계지역이라서 우리나라 어민들의 조업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꽃게 번식기 등에는 금어기를 설정해 조업을 금지하고 어족자원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북한의 경우 어부는 많은데 배와 연료가 없어 조업할 기회가 많지 않다고 짐작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대국적 사고를 사는 중국의 경우 별 신경 안 쓰고 대한민국과 북한의 영해까지 와서 때를 가리지 않고 다 잡아간다. 그래서 우리 서해 바다에서 꽃게를 가장 많이 수확하는 것은 우리나라 어부도 아니고 북한의 어부도 아닌 중국 어부들이다. 아카시아 꽃이 필 때쯤 시장에 가보면 알 수 있다. 중국 동해안 (우리나라 서해안 건너편)인 청도의 시장에 가면 꽃게가 어디나 지천이다. 우리나라 꽃게 산지에서 잡아 온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중국 내륙 어딘가에서 짝퉁 바다를 만들어 놓고 꽃게 농장을 새로 개발한 것이 틀림없다(1). 가격도 우리나라의 5분의 1이 안됐다. 그러니 꽃게를 좋아하는 아내와 아이들은 그야말로 호시절이 아닐 수 없었다(2).


꽃게를 파는 상인 입장에서는 별로 흥정을 심하게 하지도 않고(3) 한번 사면 100위안, 200위안어치를 턱턱 살뿐더러 일주일에 두 번은 장바구니를 들고 나타나니 아내가 vip가 아닐 수 없었다.


그날도 아내는 개털일 데리고 시장엘 갔다. 야채나 과일도 몇 가지 샀지만 물론 주목적은 어물전이었다. vip의 등장에 어물전 상인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아내를 유치하기 위해 저마다 한 마디씩 건넸다. 어떤 상인은 게를 사면 갯가재( 皮皮虾。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이지만 중국 동해안에서는 즐겨먹는다. 주로 쪄서 까서 소스에 찍어 먹는다)를 서비스로 주겠다며 열심히 아내가 알아들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단어를 애써 찾아내며 설명했다. 아내는 그중에 살이 묵직한 암놈들로만 욕심껏 골라, 들고 갈 만큼 사고 흡족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 언제부터인가 개털이가 안보인 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털이 입장에서 보면 아내가 어느 순간부터 챙겨주지 않고 이리저리 빠른 걸음으로 옮겨 다니다 시야에서 사라진 결과가 된 것이다. 아내는 아직 살아 움직이는 무거운 꽃게 짐을 들고 울다시피 시장을 돌아다녔다. 그러길 얼마나 했을까?


개털 이를 발견했다. 개털이는 한자리에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한 곳만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단다. 거기까지 아내와 같이 왔으리라. 그 지점에서 아내를 놓치고는 그 자리에서 아내가 오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이 말을 걸어도 쳐다보지도 않고 혹시 만지려고 하면 낮게 으르렁 거리면서........


그때 중국(中國) 산동성(山東省) 청도시(靑島市) 홍콩 중로(香港中路) 신귀도(新貴都) 아파트 옆 시장에는 아내의 감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개털아~~!!


(1) 꽃게를 가짜로 만들어 살아 움직이게 하고 삶으면 색이 변하게 하기엔 중국 기술이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확신한다.


(2) 한국의 꽃게를 한국 사람이 먹어야 한다는 민족적 사명감도 작용했을 수 있다. 참고로 나는 앨러지가 있어 갑각류는 먹지 못한다.


(3) 중국시장에서 흥정은 중국어로 한다. 당시 아내는 누군가 중국어를 하면 말없는 과묵한 태도를 취했다.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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