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개털기 12화

애(哀, 슬픔)-새끼 만드는 개털이

3. 개털의 성(性)

by 누두교주

“개 풀 뜯어먹는 소리 한다”라는 말이 있다. 베지테리언 개를 표현한 말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베지테리언 개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나 같은 사람에 대한 지칭어(指稱語)로 사용하는 것이 보통 용례이다. “개가 슬픔을 느낄까?” 역시 구식 초성인가?


어느 날부터 개털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현관에서 신발 한 짝을 품고 앉아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으르렁거렸다. 식구마다 돌아가면서 물렸다. 못 보던 행동이었고 하도 사납게 굴어 개털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살며시 그 신발을 치우고 다른 신발들도 전부 수납했다. 다행히 더 이상 이상한 행동은 없었다.


개털이가 이때 사납게 구는 행동은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평소에 안 하던 과한 반응을 매우 격렬하게 반복한다는 점과, 사람이 지키는 것에서 멀어지면 바로 다시 지키는 것을 품는 행동을 한다는 점이 그렇다. 즉 사납게 굴 대상보다는 지켜야 할 대상에 방점이 있는 행동이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이번에는 작은 털인형 하나를 집에다 가져다 놓고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딸아이가 “개털이 새끼 만들었네” 했는데 그 말이 딱 맞았다. 밥도 거의 안 먹고 하루 중 거의 집에 들어앉아 ‘새끼’를 안고 있었다. 특유의 밝은 얼굴도 없어지고 깡총거리며 발랄한 모습도 없어졌다. 예민하고 진지하게 경계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우리는 개털이가 자리를 비우는 대로 새끼를 치우기로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개털이 눈가에 스치는 ‘허전한 느낌’은 어떤 감정이었을까? 새끼가 없어진 집을 껌뻑이며 바라보는 개털이가 짠했던 적이 몇 번인가 됐었다. 개털이는 그렇게 달포인가를 지냈고 괜히 집안도 우중충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시무룩~

새끼 삼던 털 뭉치를 화장실 간 사이에 치워 버렸다.


슬퍼하는 개털이.

왼쪽 옆으로 보이는 밥그릇도 외면하고 슬픈 얼굴로 엎드려있다. 이럴 때는 누가 꼬셔도 기뻐하지 않는다. 딸아이가 가끔 어르다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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