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 人不知而不愠

제1 학이편(第一 學而篇) - 1

by 누두교주

같은 말을 자꾸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누구와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중얼중얼거린다. 하지만 마치 들으라는 듯 옆에 있는 사람이 듣기에 충분한 크기로 중얼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의 대부분은 말의 내용과 뜻이 반대인 경우가 많다.

과거 외할머니나 어머니는 집안일을 하시며 '내가 못살아', '지긋지긋해 죽겠다'는 단어를 반복하시는 경우가 있었다. 반드시 '팔자'라는 단어와 '한숨'이라는 효과음도 포함되어있었다. 그런데 여러번 같은 말씀을 하셨지만 금방 돌아가시지는 않았다.


내가 존경하는 당대 노, 장 철학의 대가인 최 모 교수님은 강의 시간에 청중의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칠판에 머리를 기대고 '내가 죽어버려야지'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하지만 물론 지금도 건강히 활동하고 계신다. 다음에 뵈면 꼭 언제 돌아가실 계획인지 여쭈어봐야 할까?




『논어』를 읽다 보면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는 공자를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운해하지 않는다면 君子가 아니겠는가? “ ①


『논어』의 첫머리에 나오는 공자의 세 마디 중 하나이다. 이 말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의미 부여를 해댔다. 요약하자면 "오직 덕을 이룬 군자만이 능한 경지"②라며 공자를 찬양하며 그 위대함을 찬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공자는 다른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조금도 서운해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절대 긍정한다는 기초 위에서의 해석이다. 그럴까?


『논어』에서 공자는 같은 내용의 말을 단어만 바꾸어 네 번이나 반복하고 있다. 일례를 들면 이런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능하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➂

이쯤 되면 "오직 덕을 이룬 군자만이 능한 경지"가 아니라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서 열 받다가 포기한 공자의 외로운 독백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공자도 처음엔 말 뜻 그대로 폼 나게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천하를 헤매고 다녀도 취직은 안 되고 나이는 먹어가니 어쩌겠는가? 나는 그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군자도 군자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멀쩡한 사람을 '군자'니 '성인'이니 '성현'이니 하는 것으로 박제하는 순간, 다양한 모순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거의 위대한 성인(聖人)들은 모두 '죽은 사람'들이었다. 살아있는 사람 잘못 띄웠다가 언제 들통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논어』에 등장하는 성인은 모두 죽은 사람들이다. 살아있는 성인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공자의 경우 그가 살아있을 때 자신을 우상화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 적이 없다. 그러나 그가 죽은 후에는 반대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따라서 다양한 이익집단들이 성인의 옷을 입은 공자를 만들어 자신들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고민하는 공자, 속상한 공자, 질투하는 공자 등 소인 공자의 모습은 철저히 분식(make up)되었다.


그런데 『논어』에는 가끔 산통 깨는 소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 흔적은 보는 바와 같이 『논어』첫 장부터 찾을 수 있다. 공자는 군자들의 바람과 달리,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랬고 그래서 취직하면 일을 잘하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이제는 어찌해 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사람과 하늘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탓해봐야 별 수 없다는 한탄과 다르지 않다. 쓰린 속을 달래며, 그래도 하늘은 자기를 알아주리라 믿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 공자의 쓰린 마음을 헤아리지는 못하고 "오직 덕을 이룬 군자만이 능한 경지"라며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를 외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믿었고 그렇게 가르쳤고 그렇게 배워 시험 쳐, 그들의 뒤를 이어갔다. 그랬던 나라는 망했다.



① 학이 편 첫 번째 장 세 번째 줄이다. 원문은 아래와 같다.

人不知而不愠 不亦君子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② 顯吐完譯 論語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18.


➂ ibid, pp.293-294.


④ ibid, pp.296-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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