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재판에서 이기면 당연히 돈을 받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재판에 진 상대방이 법을 존중하고 패배를 인정하고 스스로 소송채무를 갚을 경우만 그렇다.
재판에서 지고도 돈을 주지 않는 방법은 내가 아는 한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본인 사망했고 상속받는 사람이 따로 없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채무자가 파산, 또는 면책 판결을 받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잘 먹고, 잘 살면서 법을 조롱하며 고의로 안 갚는 경우이다. 우리는 이런 채무자를 ‘걸래 같은 분’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걸래 같은 인성을 가진 분리수거 대상물들은 판결을 당연히 무시한다. 이들은 변호사 중의 극히 일부인 걸래과(科) 변호사와 결탁해 효율적인 공생 관계를 형성한다.
걸래과 변호사들은 돈은 있지만 갚고 싶지 않은 걸래 채무자들을 위해 복무한다. 이들은 효과적으로 법을 바보 만드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 결과적으로 선량한 채권자의 합리적 권리행사를 성공적으로 방어한다. 당연히 걸래는 걸래과 변호사에게 변호사 보수를 두둑이 지불한다.
이런 걸래족 들의 발호를 막고 선량한 채권자를 위해 법은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그중 하나가 ‘재산명시’ 제도이다. 채권자가 법원에 판결문을 제시하고 채무자의 ‘재산명시’를 신청하면 법원은 채무자에게 법원에 출석, 재산 목록을 작성, 제출하도록 명령하는 제도이다. 만일 오지 않으면 잡아가고 사실과 다르게 쓰면 벌 받는다. 이를 통해 채권자는 명시된 채무자의 재산을 통해 돈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걸래과 변호사는 이러한 법도 무력화시키고 채권자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방어해 결국 허탕 치게 만드는 쉽고 좋은 방법을 이미 단계별로 작전 계획화시켜 놓았다. 걸래는 걸래과 변호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법원의 재산명시 명령은 휴지조각으로,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는 일장춘몽으로 만들 수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이다.
재판에서 지면 일단 주소를 사는 곳에서 먼 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 그래야 채권자의 현장 확인을 어렵게 하고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쉽게 방해할 수 있다. 물론 위장, 허위 전입으로 주소만 옮겨 놓은 것이다.
그다음 단계는 재산명시 명령을 무력화시키는 비결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족은 물론 회사의 구성원까지 일치된 이해와 행동이 요구된다. 그 핵심은 ‘철저히 법원 우편물을 받지 않는 것’이다.
법원은 재산명시 명령을 등기 우편으로 보내 집배원이 직접 본인 또는 직계 가족에 전달하는 것을 기준으로 전달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집배원이 갔는데 사람이 없으면 ‘폐문부재’로 당사자 또는 직계 가족이 없으면 ‘수취인 부재’로 다시 법원으로 반송된다.
그러면 법원은 채권자에게 ‘주소 보정명령’을 보낸다. 이 경우 채권자는 ‘야간 송달’, ‘공휴일 송달’ 또는 법원 집행관의 직접 송달을 법원에 요구할 수 있다. (비용은 물론 채권자 부담이다) 아니면 채무자의 회사 등 다른 주소를 제출해 그쪽으로 송달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작정하고 짱 박힌 걸래는 이미 선수(걸래과 변호사) 코치를 받아 모든 준비를 마친 후이다. 따라서 집배원이 벨을 세 번 울려도 응답하지 않은 강철대오를 유지하거나 흐릿한 눈빛으로 “그런 사람 없는데요” 하고 문 닫아 버린다.
“갚을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평생 도망 다닐 것도 아니니 빨리 줄 돈 주고 광명 천지에 살아라”
이런 종류의 생각을 우리는 ‘정상적인 생각’이라고 하고 ‘제정신 가진 사람’으로 평가한다.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걸래를 탄핵하는 제정신을 가진 가족 구성원이 있어 법원 우편물 안받기 작전 수행이 어렵다면 어떻게 될까?
걸래의 천재적 발상인지 걸래과 변호사의 탁견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주소를 고시원으로 옮겨 놓으면 된다. 다소의 고시원 월세를 내면서 쌩까는 고도의 수법이다. 고시원 주인은 고시원에서 자지도 않으며 방세는 선불로 잘 내는 걸래에게 충성하며, 채권자는 적대시하는 ‘돈 값’을 하는 상식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당연히 법원 송달은 ‘폐문부재’로 실패한다.
이렇게 재산명시 결정문이 몇 번 왔다 갔다 하고 난 후 법원은 ‘각하’ 결정을 내리고 사건을 종료한다. 쉽게 말하면 재산명시 결정문을 전달할 방법이 없으니 사건을 끝난다는 이야기다. 채권자는 억울하면 확실한 주소를 가지고 다시 신청하면 된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만나면 특정 질병 이름을 감탄사로 사용한다. 염병~
걸래와 걸래과 변호사는 고도의 법률 지식에 기초해 채권자의 법률 행위를 완벽히 방어해낸 기념비적 승리를 축하하게 된 것이다. 이 대가로 걸래과 변호사는 보수를 챙기게 되고 걸래는 재산명시의 의무를 또 한 번 무력화시키며 채권자의 집행 의도를 감소시키는 이익을 취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나이 복수는 10년도 빠른 법’ 걸래와 걸래과 변호사가 정의를 밟고 건배하는 사특한 파티는 반드시 응징해야만 한다. 당연히 이야기는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