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먹'과 '찍먹', 탕수육의 변증법

by 누두교주

중국음식점에 가면 항상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방황하게 된다. 이에 필적할 만한 또 다른 고민으로는 '부먹'과 '찍먹'의 번뇌가 있다. 식사가 아닌 요리의 반열에 든 가장 인기 있는 중국 음식 메뉴인 탕수육① 먹는 방법이다. 소소를 튀긴 돼지고기 튀김 위에 부어 먹느냐(부먹) 또는 돼지고기 튀김으로 찍어 먹느냐(찍먹) 하는 문제이다.


'부먹'이던 '찍먹'이던 개인적 취향이므로 편한 대로 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이삿날 발생하는 싸움의 가장 큰 원인이 될 만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이므로 어떤 것이 맞는지는 정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가공인 중식 조리기능사의 전문적 시각에서 볼 때 탕수육을 먹는 방법은 '부먹'도 아니고 '찍먹'도 아니다.


국가 직무능력표준 (National Competency Standard)의 조리 지침에 따르면 탕수육은 '볶먹'이 답이다. 즉 돼지고기 튀긴 것을 소스에 넣고 함께 볶아 낸다. 이는 비슷한 조리방법을 가진 깐풍기나 라조기와도 같은 방법이다. '볶먹'으로 해야 가장 바삭한 튀김과 적당히 잘 배어든 소스,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온도의 탕수육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문제의 핵심을 간파하려는 노력 대신에 주관적 입맛과 막연한 상상으로 '부먹'과 '찍먹'을 주장하며 답이 나올 수 없는 싸움을 계속한다는 점이다. 결국, 목소리 크거나 힘센 놈 또는 돈 내는 놈 말이 맞는 결과가 될 뿐이다.


'부먹'이 득세하면 '찍먹'은 탕수육에서 소외돼야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진실이 '볶먹'이라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월북이냐 아니냐는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 국민이 비무장 상태에서 다른 나라 군인에게 사살당했는데 그냥 일없이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을 진다는 이유로 밥 먹는 사람들은 밥숟갈 놀 일 아닌가?


딸딸이, 짤짤이 사건의 문제의 핵심은 딸딸이든 짤짤이든 상상하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살펴보는 것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한 명에 들어가는 세금이 대충 아래와 같다.


45평 사무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VIP 라운지 이용, 차량 유지비, 유류비, 교통비 지원. + 면책, 불체포 특권, 보좌 직원 9명(본인 인건비 포함 1년에 6억여 원)


위와 같은 대우를 해주며 국민이 위임한 막중한 국사를 처리하며 딸딸이든 짤짤이든 상상하고 실행할 수 있을까?


바퀴벌레 한 마리가 눈에 띈다는 것은 여러 마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언행을 하는 국회의원은 딱 한 명만일까? (바퀴벌레는 짤짤이든 딸딸이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에 바퀴벌레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여배우와 무상 연애 의심을 받던 정치인은 ‘점’이 있는지 없는지로 문제의 핵심을 성공적으로 바꿨다. 그다음부터는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바지 한 번 더 벗을까요?"라고 간단히 일축해 버린다.


하지만 ‘점’이 없는 것이 유부남이 총각행세하지 않았다는 증거도 아니고, 공짜로 외도하지 않았다는 증거도 아니다.


‘점’은 15개월간 무상 연애를 제공한 여배우가 제기한 의혹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입증하던지, 아니면 진실을 객관적으로 입증받는 것이 핵심이다. 만일 국민을 대표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 정치를 하려면 말이다.




짜장면은 국수 위에 짜장 소스를 얹어만 준다. 그런데 간짜장은 국수와 소스를 각각 따로 준다. 하지만 쟁반 짜장은 국수와 짜장소스가 볶아 비벼진 상태로 제공된다. 쟁반 짜장은 짜장면의 변증법적 발전 과정 중 하나의 매듭으로 당분간 ‘highend 짜장’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탕수육에 있어 ‘부먹’과 ‘찍먹’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식 조리기능사의 한 사람으로서 이 혼란을 종식시키고 나아가 한 단계 up-grade 된 프리미엄 탕수육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① '탕수육'의 '육'은 문자 그대로 고기(肉)를 뜻한다. '탕수'는 소스 이름인데 우리 발음으로는 '탕초(糖醋)'가 맞다. 문자 그대로 '달고 새콤하다(sweet and sour)'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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