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제사·차례 상에는 깻잎, 고추, 완자(동그랑땡), 동태, 두부 전 그리고 빈대떡을 올린다. 그런데 다른 것은 모두 전(煎)이라고 부르는데 왜 유독 빈대떡만 떡(餠)이라고 부를까? 빈대떡은 다른 전과 그 재료, 크기, 부치는 방식 그리고 호칭을 달리 하는 전의 독존(獨存-홀로 존귀함)의 위치에 있다.
다른 전은 단일 재료(호박, 두부, 동태)를 사용 지짐 옷을 입혀 지져 낸다. 완자, 깻잎, 고추 3 가지전은 고기, 야채 등을 섞어 다진 것을 사용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무늬(포장)만 다르다. 그러나 빈대떡은 밀가루가 아닌 녹두를 바탕으로 고기, 숙주나물, 고사리, 파, 그리고 장식을 위한 실고추를 포괄한다.
크기는 다른 전과 비할 바 없이 커서 다른 전은 한 접시에 여러 가지 전을 모아 올려도 빈대떡은 한 접시를 오롯이 차지한다.
재료가 다르고 크기가 다르니 부치는 방식도 당연히 완전히 다르다. 다른 전들은 여름날 개구리 폴짝거리듯 제자리에서 뒤집기를 반복하거나 초등학생 체조하는 것처럼 가볍게 프라이팬을 누빈다. 하지만 빈대떡은 다르다.
빈대떡은 우선 묽은 녹두 반죽을 적당히 덜어 프라이팬 위에 둥그렇게 펼쳐야 한다. 그 위에 고기, 숙주, 고사리나물 그리고 파를 얹는다. 그리고 난 후에 그 위에 다시 녹두 반죽을 두르는데 재료를 다 가려서도 안 되지만 재료가 빈대떡 본체를 이탈하지 않을 만큼 절묘한 양을 재료 사이사이에 잘 발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고추 몇 가닥을 올려 기초적인 구성을 완성한다.
그다음은 빈대떡 특유의 댄싱이 시작된다. 장중하지만 부드럽고 느리지만 답답하지 않게, 기다림이 지루함이 아니라 두근거림의 춤사위가 사뭇 오래 이어진다.
과거 어머니께서는 패티 페이지(Patti page)라는 가수의 체인징 파트너(Changing partners)를 좋아하셨다. 그분이 돌아가시고 여러 해가 지난 지금 그때 그 노래는 빈대떡을 위한 노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1)
프라이팬 위에 빈대떡들은 위치를 바꾸어 주고 방향을 바꾸어 줘야 고르게 익는다. 그러게 몇 바퀴를 돌리다 보면 한 번 만났던 면이 다시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만났던 그 순간은 무척이나 짧을 수밖에 없다. 만남의 환호와 이별의 안타까움, 그리움의 한숨이 작은 소리로 지글대는 기름 소리를 닮았다. 마침내 적당히 익게 되면 그 큰 몸을 한 번에 뒤집어 댄스파티를 끝낼 준비를 한다.
어머니가 흥얼거리셨던 체인징 파트너를 유튜브에서 찾아 더듬거리며 빈대떡의 댄싱을 도왔다. 시나브로 빈대떡이 익어가고 노래도 점점 내입에 익어갔다. 그립던 어머니와 함께 빈대떡을 부쳐 차례 상에 올리는 상상을 하다 보니 전 소쿠리가 수북해졌다.
우리는 잠깐 동안만 춤을 추었는데 너무 빨리 떨어져야 하네요.
Though we danced for one moment and too soon we had to part.
(1) 패티 페이지(Patti page)의 체인징 파트너(Changing partners) 가사는 아래와 같다.
우리는 왈츠를 추고 있었죠. 꿈같은 멜로디에.
(We were waltzining together to a dreamy melody)
그들이 “파트너 바꾸세요”라고 말했을 때 당신을 왈츠를 추면서 나에게서 멀어져 갔죠.
When they called out "Change partners" And you waltzed away from me.
지금 난 팔이 너무 허전해서 플로어 주위만 쳐다보고 있어요.
Now my arms feel so empty as I gaze around the floor.
그리고 난 계속 파트너를 바꿀 겁니다. 당신을 다시 한번 잡을 때까지.
And I'll keep on changing partners Till I hold you once more.
우리는 잠깐 동안만 춤을 추었는데 너무 빨리 떨어져야 하네요.
Though we danced for one moment and too soon we had to part.
그 멋진 순간에 무엇인가가 내 마음속에 일어났어요.
In that wonderful moment something happened to my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