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 바리스타 이야기

by 누두교주

조리기능사는 국가 기술 자격이지만 바리스타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민간 자격증과 이에 따른 교육과정이 있다.


나는 SCA(The Specialty Coffee Association)과정에 도전하기로 결심 했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격증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과 커피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문화적 접근방식이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다.(https://sca.coffee/)


다섯 가지 과정이 있지만나는 우선 초급(Foundation Course)바리스타 과정을 목표로 삼았다. SCA가 인정하는 Coffee Barista 되기 위해서는 아래 요구를 만족해야 한다.

①. 필기시험; 20문제, 60점 이상 합격.

②. 커피 그라인더 조작 skill.

③. Expresso Breweing, Serving and Tasting.

④. Cappuccino 제조 및 Serving.

⑤. 청소.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니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닥 청소 말고는 없었지만, 사람이 못 할 일이 있을까? 결국, 남이 한 번 할 때 나는 백 번 하고 남이 열 번 할 때 나는 천 번③하면 다 될 일이 분명했다.


필기시험


우선 필기시험을 준비했다. 필기시험은 기출문제를 여러 번 읽어보고 교재를 참고하면 어렵지 않다. 온라인으로 보는 필기 시험문제는 한글로 제공되니 걱정할 필요 없다. 시험 시간도 충분했다. 나도 어렵지 않게 합격했다.


필기시험 결과.


2. 실기 시험


실기 시험 보는 날은 긴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가 무척 긴장했다. 그동안 여러 번 연습했지만 완벽하게 해낸 적은 딱 한 번 있었다. 오늘이 두 번째 이길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바리스타 업무를 아실까?

(1) 처음 과제는 그라인더 조정! 우선 에스프레소 추출은 무리 없이 해냈다. 아마 나는 선천적 바리스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런데 지시받은 추출시간에 맞추어 그라인더를 조절 한 후, 원두를 일부 갈아서 폐기해야 하는데 그걸 까 처먹었다. 중간에 깨닫고 성급히 그라인더를 조절하느라 허둥거리고 나니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던져진 주사위,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진행했다. 다행히 지시된 시간에 맞추어 에스프레소가 추출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바리스타 업무를 알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 이제 에스프레소 추출과 서빙, 그리고 Tasting이다. 무리 없이 잘 추출했고 감독관에게 정중히 서빙 한 후 침착하게 설명했다.


단시간 내 추출을 지시한 점에 착안, 쓴맛의 표현은 다소 약하고 신맛의 표현은 다소 강열 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나는 솔직히 아무 맛도 못 느꼈다) 커피에서 신김치나 동치미 맛을 느끼는 것도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감독관과 대화를 하는 짧은 시간 동안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대화‘ 라는 느낌을 받았다. 커피는 음료가 아니라 문화이며 나는 커피 문화를 이해하고 집행하고 선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바리스타‘ 라고 부른다. 나는 바리스타가 되고 싶었다!

(3) 다음은 커피의 여왕인 카푸치노다. 작고 빛나는 부드러운 거품과 풍만하고 따뜻한 우유, 그리고 기름진 에스프레소가 어울린 카푸치노는 시각, 미각, 후각은 물론 영혼을 기름지게 해 주는 음료이다.


”카푸치노를 마시고 윗입술에 살짝 묻은 우유 거품이 밉지 않다면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다.“④


카푸치노를 가장 잘 표현한 이 아름다운 구절은 언제나 작은 흥분과 기대를 갖게 한다.


카푸치노의 핵심은 우유 스티밍과 포어링인데 나는 여러 번 연습하면서 딱 한 번 성공한 적밖에 없었다. 즉 잘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전략 수립이 필요했다.


그라인더를 제외한 실기 시험 합격 기준은 에스프레소 추출 8점, 카푸치노 15점, 그리고 청소가 5점, 총 28점이다. 이 중에 20점을 넘어야 한다. 나는 우선 청소 5점, 에스프레소 8점에 집중하고 카푸치노는 반타작 (7–8점)을 합격 전략으로 설정했다.


’감독관님 드리는 한잔은 확실히 만들자!‘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우유에 공기주입이 덜되 거품의 양이 충분하지 못했고 허둥대다가 너무 일찍 혼합을 끝내 온도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무튼, 한 잔은 최선을 다해 그럭저럭 준비했다. 나머지 한잔은 평소 하던 만큼도 못한 수준이었지만 다른 선택은 없었다. 예상과 같이 감독관님은 거품의 양과 온도 그리고 두 잔의 차이를 지적하셨다.


’간당간당‘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래도 일말의 가능성과 하나님의 가호를 믿었다. 아직 청소가 남아있다. 청소는 최선을 다하리라 결심하고 실행했다.


만약 합격한다면 나는 바리스타 중에 바닥 청소는 가장 잘하는 바리스타가 틀림없다.


SCA Barista자격증이다. SCA(The Specialty Coffee Association)의 매우 합리적이고 정확한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

뱀발 : 내가 카푸치노를 처음 만들며 느낀 점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였다. 하지만 아무리 깊은 산골에도 여러 번 다니면 길이 나는 법! 지금은 매일 아침 직접 만든 카푸치노를 마신다.


‘신이시여! 이게 정녕 제가 만든 카푸치노란 말입니까?“


이렇게 시작되는 날이 아름 답지 않을 수 있을까!



① 다섯 가지 과정은 다음과 같다. Barista Skills, Brewing, Green Coffee, Roasting and Sensory Skills.

(출처:https://education.sca.coffee/coffee-skills-program. 검색일 2022. 06. 10.)


② Foundation Course, Intermediate Course, Professional Course등 3개의 등급이 있다.


③ 원문은 인일능지 기백지 인십능지 기천지(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이다. 『중용』(『中庸』)이 출전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내 경험칙이다.


④ 출전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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