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이 이어지는 여름의 한가운데 있다. 이럴 때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을 읽으며 더위를 잊는다면 참으로 폼나는 일이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이 작품을 다시 읽어봐도 내가 느낀 점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느낀 점은 ‘참 지랄들 한다’였다. 얘가 쟤를 사랑하는데 아버지는 쟤 말고 쟤랑 결혼하라 하고 딸이 싫다고 하니 아비가 딸을 죽인다고 한다. 그런 아비를 피해 토 까는데 한 쌍이 아니고 두 쌍이 토 까게 되는 상황이 된다. 거기에 더해 숲에 사는 요정들의 왕과 왕비가, 납치한 인도 아이의 처분 문제로 부부 싸움을 하고 별거를 한다.
그리고는 ‘사랑 꽃’이 등장한다. 이 꽃의 즙을 눈에 바르면 눈을 뜬 직후 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다. 아마도 사랑 꽃은 눈에 콩깍지를 씌워주는 꽃인 것 같은데....... 그거 눈에 바르고 보는 사람이야 그렇다고 해도 그 사람의 눈에 띄는 사람은 왜 사랑에 빠질까? 그(녀)는 눈에 아무것도 안 발랐는데?
촉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들으면 매우 건조한 이해일 수 있지만, 비극(悲劇)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주인공들 대부분이 죽어야 끝난다. 반대로 희극의 경우는 대부분 결혼하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끝난다. 「한여름 밤의 꿈」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세 쌍이 결혼하는 것으로 끝난다. 나는 이런 소설을 읽으면 뒷맛이 몹시 개운치 않다.
결혼을 행복의 완성으로 표현하는 무책임한 결말을 반복하는 소설가들로 인해 희생된, 수많은 인류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①
소설을 읽고 결혼을 추구했던 불나방 같은 영혼들이 결혼은 행복의 완성이 아니라 무엇인가의 시작임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다만 시작되는 것이 무엇인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물론 공자라고 이점에 있어 당연히 긍정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덕(德)을 좋아하기를 여색(女色)을 좋아하듯이 하는 자를 보지 못하였다. “②
여기서 우리가 생각할 것은 공자가 본 사람이 누구냐 하는 점이다. 사과십철(四科十哲)을 포함한 수천 명의 제자와 각국의 임금은 물론 초야에 은둔한 도사에 이르기까지 (초나라에 가서 노자(老子)를 만났다는 기록이 있다) 공자는 당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났다. 핵심은 당대의 위대한 학자, 정치가, 재야 지식인 등 모든 사람이 여자를 도덕보다 우선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진실에 기반한 공자의 실존적 고백에 대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그들과 같기 때문이다.
다만 공자 당시는 지금과 달리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위대한 철학이 정치에 구현된 사회였으며, 일부다처(一夫多妻)의 아름다운 질서가 유지되던 공동체였다는 점이 지금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은 '졸면 죽는다’③
지난 시대는 결혼만 하면 남자에게 있어 여자는 잡아 논 물고기였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다.
우선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통찰④처럼 눈망울이 커다란 작은 새와 같던 그분은 어느 결에 미국을 상징하는 나라 새, 대머리 독수리가 돼 내 머리 위를 배회하고 있다. 결혼은 자유의 극적인 종말이며 반항은 허락되지 않는다.
휴대폰은 새로 나오면 바꾼다. 컴퓨터나 내비게이션도 주기적으로 update를 해 주어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남편도 그렇다.
결혼이 여자를 전적으로 소유할 수 있었던 사실은 가끔 발굴되는 공룡의 화석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지금에 있어 결혼은 붉은 여왕의 경주(red queen's race)⑤와 같이 끊임없는 자기 계발로 그분께 즐거움을 선사하지 못한다면 바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금 덥다고 늘어져있을 때가 아니다!
① 틀림없이 술 먹을 때 들은 이야기인데 그래서 그런지 누가 그 말을 했는지 기억에 없다.
②『顯吐完譯 論語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176.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子曰 吾未見好德如好色者也.
③ 선대 June Park회장님 표현이다.
④ 버나드 쇼가 어디서 이런 말을 했는지는 당연히 기억나지 않는다.
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가 출전이다. 이 책도 매우 정신없는 이상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