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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는 유언 - 仁者 其言也訥

제12편 안연 (第十二篇 顏淵) -3

by 누두교주

뚱뚱한, 그래서 돈 푼께나 있어 보이는 중년의 여자분(이하 그년)이, 식당에서 젊은 종업원에게 반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 종류의 생물과 한 공간에서 밥을 먹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냥 식당을 나오면 손해는 식당 주인이 보게 되니 성질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그년에게 참견을 했다간, 내 눈에 그년의 영상을 담아야 하고 내 귀에 그년의 음성이 담길 테니 더 못 할 일이다. 일진 사납다는 것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 같다.




『논어』에는 말조심하라는 공자의 예가 여러 군데 실려 있다. 눈이 가는 대로 한편을 찾아 읽었다.

사마우가 인(仁)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하였다. "인한 사람은 말을 조심한다(讱)", "말을 조심하면 곧 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려우니, 말하는데 조심성이 없어서야 되겠는가?"①


제자가 인(仁)을 물으니 스승은 인(讱)으로 대답했다. 현대 중국어로는 발음도 ren으로 같다.②


재미있는 것은 입 달린 사람마다 인(讱)의 뜻을 조금씩 다르게 해석했다. 예를 들면 어떤 일본 학자는 '말을 조심한다'라고 했고, 어떤 중국 학자는 '입을 무겁게 한다'라고 했고 어떤 한국 학자는 '말 더듬듯 어렵게 한다'라고 풀었다.③ 하지만 터진 입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의미는 동일하다.




조금 결은 다르지만, 공자는 똑똑해서 말 잘하는 사람도 좋아하지 않았다. '利口'라는 표현을 보면 교묘하게 말하는 것으로 밥 벌어먹는 무리를 지칭하는 것 같다. 주둥이로 이로움을 얻던, 주둥이가 날카롭던, 실천 없이 말만 잘하는 녀석들은 그냥 놔두면 나라를 전복시킨다는 것이다.④


주자는 이 말에 뱀 발을 달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하며, 훌륭한 사람을 불초(불초)하다 하고, 불초한 사람을 훌륭하다 한다.⑤




나라를 뒤집는 것까지야 내가 간섭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표현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는 좋지 않은 말을 들어야 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위해서도 그렇다.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부음을 들으면 어떤 때는 마지막으로 그와 만났던 때가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 불편해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좀 쉬는 게 어때"라고 한 친구의 부음을 듣고, 그리고 그 친구의 사인이 과로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 그가 내게 한 충고가 유언이 됐고, 그 말은 스스로에게 했어야 맞는 말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대화를 나눌 때 한 문장 정도의 말을 기억하려 애쓰는 버릇이 있다. (중략) 이제 나는 그들을 만나지 않을 것이고 혹 거리에서 스친다고 하더라도 아마 짧은 눈빛으로 인사 정도를 하며 멀어질 것이다. 그러니 이 말들 역시 그들의 유언이 된 셈이다.⑥




나는 속으로, 그년이 젊은 그 종업원을 만나는 것이 서로의 일생에, 오늘이 마지막 이길 빌었다. 그러면 그년은, 일면식도 없던 사람에게 반말로, 상스럽고 무례한 유언을 하고 죽은 것이다.



대문 사진 출처 : https://url.kr/dbvxrg (검색일; 2022.12.11.)


① 오규 소라이(荻生徂徠). 이기동, 임옥균, 임태홍, 함현찬 옮김 『논어징(論語徵) 3』 소명출판. 서울. 2010. p.15. 원문은 다음과 같다. 司馬牛問仁, 子曰, "仁者, 其言也讱" 曰"其言也讱, 斯謂之仁矣乎?" 子曰, "爲之難, 言之得無讱乎?


② 다만 성조는 2 성과 4성으로 다르다.


③ 일본 학자는 오규 소라이(荻生徂徠), 중국 학자는 리링(李零), 한국 학자는 도올 김용옥이다.


④ 成百曉 譯註『顯吐完譯 論語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353 원문은 다음과 같다. 惡利口之覆邦家者


⑤ ibid. 원문은 다음과 같다. 利口之人 以是爲非 以非爲是 以賢爲不肖 以不肖爲賢


⑥ 박준 지음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 경기, 파주. 2017. pp.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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