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것은 입 달린 사람마다 인(讱)의 뜻을 조금씩 다르게 해석했다. 예를 들면 어떤 일본 학자는 '말을 조심한다'라고 했고, 어떤 중국 학자는 '입을 무겁게 한다'라고 했고 어떤 한국 학자는 '말 더듬듯 어렵게 한다'라고 풀었다.③ 하지만 터진 입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의미는 동일하다.
조금 결은 다르지만, 공자는 똑똑해서 말 잘하는 사람도 좋아하지 않았다. '利口'라는 표현을 보면 교묘하게 말하는 것으로 밥 벌어먹는 무리를 지칭하는 것 같다. 주둥이로 이로움을 얻던, 주둥이가 날카롭던, 실천 없이 말만 잘하는 녀석들은 그냥 놔두면 나라를 전복시킨다는 것이다.④
주자는 이 말에 뱀 발을 달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하며, 훌륭한 사람을 불초(불초)하다 하고, 불초한 사람을 훌륭하다 한다.⑤
나라를 뒤집는 것까지야 내가 간섭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표현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는 좋지 않은 말을 들어야 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위해서도 그렇다.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부음을 들으면 어떤 때는 마지막으로 그와 만났던 때가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 불편해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좀 쉬는 게 어때"라고 한 친구의 부음을 듣고, 그리고 그 친구의 사인이 과로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 그가 내게 한 충고가 유언이 됐고, 그 말은 스스로에게 했어야 맞는 말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대화를 나눌 때 한 문장 정도의 말을 기억하려 애쓰는 버릇이 있다. (중략) 이제 나는 그들을 만나지 않을 것이고 혹 거리에서 스친다고 하더라도 아마 짧은 눈빛으로 인사 정도를 하며 멀어질 것이다. 그러니 이 말들 역시 그들의 유언이 된 셈이다.⑥
나는 속으로, 그년이 젊은 그 종업원을 만나는 것이 서로의 일생에, 오늘이 마지막 이길 빌었다. 그러면 그년은, 일면식도 없던 사람에게 반말로, 상스럽고 무례한 유언을 하고 죽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