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두교주 Nov 05. 2022

정성(精誠)이라는 미신 - 朝服而立於阼階

제10편 향당(第10篇 鄕黨) - 10

  정성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들여다보면 '지지리 궁상'의 의미가 더 강하다.     


  찧고, 까불고, 갈고, 우리고, 하염없이 젓고, 고아서, 거기에 양념과 지극한 '정성'을 추가해 나오는 음식들을 보면, 대부분 먹기 어려운 재료를 억지로 먹게 만든 것과 다르지 않다.(국가 공인 조리 기능사로서 특정 음식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 것이 맞을 것 같아 엿이나 도토리묵 같은 특정한 이름은 거론치 않았다)    

 

  음식은 정성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싱싱한 제철 재료를 깨끗이 처리해, 조화롭게 익혀, 좋은 사람과 즐겁게 먹는 것이 옳다. 여기에 정성을 개입시킬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싶다면, 직접 해 먹으면 될 일이다.     




  사전에 나오지 않지만, 더욱 중요한 정성이 있다. 종교와 관련된 '삥'의 다른 이름이다. 고등 종교의 경우는 대부분 정찰제로 수금한다. 하지만, 생길 나쁜 일이 안 생기게 해 준다거나, 다른 데로 갈 좋은 운을 잡아 준다는 식의 무속 서비스의 경우는 '정성'이라는 애매한 가격제를 고수하고 있다.    

  

  낸 돈이 푸짐하면 무당의 덕담을 흠뻑 들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굿하는 동안에 '정성이 부족해~' 하는 소리를 여러 번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파리의 앞발 동작으로 손을 움직이고 돈을 바쳐야 한다. 결국 끝날 때 보면 그 돈이 그 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긴 무당도 먹고는 살아야 하고 서비스업의 특성인 무형, 동시, 가변 그리고 소멸성①을 고려하면, 적당한 요금을 선금으로 받던지 최소한 현찰 박치기를 해야 하는 것이 옳다.      


  결과적으로 무당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 무당, 그리고 무당이 모시는 귀신의 '정성'이 일치할 때, 원하는 그 무엇(재난을 피하던지, 대운을 받던지, 미운 사람을 해치던지)을 얻게 된다는 깜찍한 논리이다. 웃긴 이야기 같지만 몇 번 곱씹어 보면 오늘날도 이런 구조로 영업하는 여러 집단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공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공자의 어머니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맹자의 어머니는 이사를 몇 번 갔느니, 베틀의 실을 끊어 맹자를 가르쳤느니 하며 시끄러운데, 왜 공자 어머니 이야기는 안 할까?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첫째는 스물도 안 된 처녀가 70대 남자에게 시집가, 그것도 야합(野合)②을 해 공자를 나은 점, 둘째는 공자 어머니 집안의 직업이 무당③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이점이, 공자가 살아있는 사람들끼리의 관계만큼,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고 가르침을 남긴 이유라고 본다.     


 당연히 공자 스스로도 푸닥거리에 매우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참여했다.      


마을 사람들이 나례(儺禮)를 행할 적에는 조복을 입고 동쪽 섬돌에 서 계시었다.     


  나례는 '좋은 신은 모시고 역귀를 쫓아내는 의식'⑤인데 쉽게 말해 '푸닥거리'와 다르지 않다. 이런 자리에 공자는 공무원 유니폼을 단정히 입고 주인이 서는 자리인 동쪽 계단에 엄숙히 서 있던 것이다.      




  무당이 굿을 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점치는 행위가 우선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쁜 일이 생긴다면 액막이를 해서 그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대로 좋은 일이 생긴다면 환영 의식(welcome ceremony)을 벌여 귀신 맘 변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연후에 굿판을 벌여 미래 일에 대한 다짐을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엄숙하고, 단정해야 하며, 지극 '정성'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난 뒤에는 뭘 하나?     


  "이미 미래를 들여다보았으니 우리에게 남은 것은 미래가 결정한 과거의 길을 따라 걷는 일뿐이군요."     



**  대문 사진: 재현된 나례의 모습이다. (검색일. 2022.11.4. 출처: https://vo.la/6vv3pK)


① 택시 운전 자격시험 출제 문제의 하나이다.     


② 사마천이 쓴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원문은 아래와 같다.

紇與顔氏女野合而生孔子, 禱於尼丘得孔子   


③ 도올 김용옥『논어 한글역주 1』 통나무. 서울. 2019. pp.118-120  


④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168-169. 원문은 다음과 같다. 鄕人儺, 朝服而立於阼階     

 

⑤ 杨伯峻。『論語譯註』中华书局. 北京. 2019. p.104. 원문은 아래와 같다.

迎神以驅逐疫鬼     


⑥ 송승언 지음 『직업 전선』 봄날의책. 서울. 2022. p.151. 사이버 무당 중.

이전 13화 매직과 콩깍지 - 豈不爾思, 室是遠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