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럽게 추운 월요일 정말 가기 싫은 아침 출근길을 나섰다. 떠나는 마을버스를 쫓아 타려다 미끄러져 자빠졌다. 아프기도 하지만 민망해 눈길 줄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전철역에 당도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차가 떠났다. 뻘쭘히 기다려 다음 차를 탔는데, 딱 하나 빈자리에 젊은 여자가 빠르게 궁둥일 내려놓았다. 허탈해 바라보니 이것저것 화장품을 꺼내더니 눈썹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열받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빨리 그것을 잊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음악을 듣는 것이다. 그것도 사랑의 열정에 달 뜬 음악을 듣다 보면 괜히 옛날 생각도 나고 실실 웃음도 나온다. 아래 음악을 끝까지 듣고서도 아직도 화가 난 사람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닐 가능성의 검사를 권한다.
음악은 말을 하지 않고 감정을 소통할 수 있다. 춤은 나에게 왜 팔, 다리와 손, 발이 필요한지 또 다른 깨달음을 가지게 한다. 2, 500년 전 공자도 나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였기에, 그 감정의 기본은 같았다.
“태사 지가 처음 부임했을 때 「관저」의 마지막 장이 감미롭게 넘실넘실 내 귀를 채웠도다!”①
태사는 뮤지션의 뜻이고 지는 사람 이름이다. 「관저」는 『시경(詩經)』이라는 어마 무시하게 어렵게 느껴지는 책의 첫 번째 시이다.
그런데 사실은 「관저」나 「Singin’ in The Rain」 나 기본적으로 다른 것이 없다. 냉철한 이성적 시각으로 보면 ‘사랑에 빠져 정신 나간 남자, 여자’ 이야기다. 그래서 공자도 「관저」를 듣고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이는 공자도 사랑해본 남자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공자가 말하는 마지막 장은 서로 그리워하던 남녀가 마침내 종과 북을 울려대며 즐기는(鐘鼓樂之) 장면이다. 다만, 우리 같으면 “으아~ 직인다~”했겠지만, 공자 정도 되니까 “감미롭게 넘실넘실 내 귀를 채웠도다!(”洋洋乎盈耳哉! “”)라고 폼 잡은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관저」의 경우 불과 2,500년 전 음악이지만, 곡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가사는 『시경(詩經)』에 남아있다. 그 전문은 아래와 같다. 남, 여가 처음 서로 관심을 갖기 시작해, 사고 칠 때까지의 과정을 잘 표현한 당대 인기차트 상위 곡이다. 그 전문을 감상해 보자.
구욱구욱 물수리가 황하 섬 속에서 울고 있네.
아리따운 고운 아가씨는 군자의 좋은 배필일세.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저리 헤치며 뜯고 있네.
아리따운 고운 아가씨는 자나 깨나 그리웁네.
그리어도 만나지 못하니 자나 깨나 잊지 못하네.
그리움은 한이 없어, 밤새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올망졸망 마름풀을 여기저기서 뜯고 있네.
아리따운 고운 아가씨와 거문고 타며 함께하고 싶네.
올망졸망 마름풀을 여기저기서 뜯고 있네.
아리따운 고운 아가씨와 풍악 울리며 즐기고 싶네.②
며칠째 날은 춥고, 살림살이는 점점 팍팍해지는데 월드컵도 끝나 즐길일이 없어졌다. 하지만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듯이,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봄은 저만치 기다리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봄이 오면 물가에 나물 뜯는 아가씨랑 반드시 풍악 울리며 즐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