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마두살검에서 중원 상태공으로 (踊躍在淵) 2-2
23.
강석년은 길일(吉日)을 가려 큰제사 태뢰(太牢)를 하늘과 땅에 올린 후, 존호(尊號)를 염제(炎帝)로, 마침내 제위에 올랐다. 세 번 사양해 천하의 주인임을 보이기까지 그는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끝내 중원과 구주는 물론 천하 주인의 자리에 이른 것이다.
물론 여기엔 공손 소전의 공이 가장 컸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천하의 인심을 모야 제위에 오를 것을 주청한 그의 판단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그러니 강석년, 아니 염제가 그를 상태공에 제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공손 소전은 마두태제를 생포하고, 사지에서 살아 돌아온 기쁨, 사천관인 뇌조도 모르는 하늘의 뜻을, 아들이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읽어낸 기쁨, 그리하여 마두살검에서 중원 삼태공으로 완벽히 변신한 기쁨까지, 그가 상상한 모든 것을 이룬 기쁨을 누린 자가 되었다.
하지만 양지(陽地)가 있으면 음지(陰地)가 있다고 했던가? 같은 시간, 사천 제일부 중태공 독고량은 분기탱천(憤氣撑天)해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그는 중원지존, 아니, 염제(炎帝)의 장인이고 삼주백(三州伯) 강공공의 외할아버지로 당연히 자신이 상태공에 오르리라 생각하고 있다가, 불과 며칠 사이에 근본도 모르는 애송이에게 상태공 자리를 빼앗긴 꼴이 되었다.
분노하기는 삼주백 강공공도 다르지 않았다. 지나고 나서 보니 허울만 좋은 삼주백이지, 사실상 중원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의 수령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자신의 처지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작금의 세상의 시선은 모두 염제와 상태공에게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대문 그림 : 제위에 오른 염제(炎帝) 강석년의 동상 (출처; https://me2.kr/vFxmG, 검색일 2023.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