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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Oct 28. 2023

몽골의 가난한 사람들

몽골에 가기로 했다

  세상 어디나 돈만 많은 부자들은 거의 비슷하다. 그들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처먹고, 비싼 것에 쓸데없이 탐닉한다. 항상 원칙 위에 군림하려 하고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기대한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은 나라마다 다르다. 그래서 나는 도시의 화려한 면보다는 그 반대편을 주의 깊게 보고는 한다. 정치가들(부자가 많다)이 보여 주고 싶어 하는 곳(것)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곳(것)을 보는 것, 나는 그것을 ‘여행’이라고 부른다.     




  쓸데없이 몽골의 인문 지리를 검색해 옮겨적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당연히 경제 개발을 막 시작하는 나라의 빈민들은 농촌에서 서울(수도)로 올라온 사람인 경우가 일반적이다.① 몽골도 예외는 아니다. 이상기후, 전염병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가축을 모두 잃은 유목민은 가족들마저 뿔뿔이 흩어져, 울란바토르 변두리의 빈민층을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는 맨홀에 기어들어가 살며 살인적인 겨울 추위를 피하는 사람들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jtCjCqbabM&t=7s

그렇게 길지 않은 동영상이니 일별을 권한다. 몽골 빈민층에 대한 모습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다.(출처 유튜브, 검색일 2023.10.28)

  

  하지만 내가 중국의 도시빈민을 연구할 때처럼 직접 빈민 거주지를 찾아갈 형편은 아니다.① 우선 울란바토르 교외까지 걸어가기엔 너무 멀고, 대중교통은 아직 이용할 줄 모른다. 그래서 우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보기로 했다.     




  몽골에 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묘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는 체념이나 원망, 사악함의 눈빛이 없다. 나름대로 진지하고 나름대로 여유 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울란바토르 중심가를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걸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좀 다른 모습으로 구걸을 하고 있다.


  어떤 걸인은 돈통을 길 양쪽에 놓고 이리저리 오가며 two job을 뛰고 있었다. 어떤 걸인은 느긋이 담배를 피우며 ‘어차피 줄 놈은 준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는 나랑톨 시장을 가보면, 진입로에 듬성듬성 걸인들이 앉아 있는데 기본적으로 모두 노래를 부르며 그 대가를 구하고 있었다. 좀 있는 걸인은 음향기기를 사용하고 그보다 못한 걸인은 그냥 육성으로 부른다. 그러고 보니 걸인들의 간격은 노랫소리 도달 지점과 일치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나랑톨 시장 측면 진입로의 하나다. 노래하는 이 분은 형편이 좀 되는지 음향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내 눈에는 이분이 하는 일은 구걸이 아니고 버스킹(Busking)으로 보였다.


  노점은 어떨까? 그들의 분위기도 몽골의 전체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찌든 모습, 삶의 무게, 조급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세히 보면 노점의 물건값이 마트나 편의점에 비해 크게 싸지도 않다. 과일이나 채소의 경우 오히려 대형마트 보다 물건이 좋은 경우도 많다.      


보라색 옷을 입고 모자를 쓴 분이 주인이시다. 딸기는 여기 말고 다른 데서는 보지 못했다. 물건은 마트보다 좋고 값은 약간 싸다. 그래서 장사가 잘된다.


수흐 바타르 광장 앞 선글라스 노점상이다. 담배를 맛있게 즐기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알록달록 보이는 조각은 모두 소금이다. 고운 피부에 화장을 곱게 한 주인은 한국 생활을 하셨는지 한국말을 적당히 하셨다. 울란 바토르 국영백화점 앞이다.


1회용 반창고나 파스 등을 파는 메디칼 용품 노점이다. 패션을 고려한 주인의 착장이 인상적이다. 내가 본 노점상중에 가장 언변이 좋은 분이다. 약장사라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걸 지하상가로 봐야 하는지 지하 노점으로 봐야 하는지 헷갈린다. 한 번도 꽃과 몽골을 연결해 생각지 못했던 나는 무척 생소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부의 정책인지 누군가의 기업형 노점 체인인지는 몰라도 젊은 친구들이 오뎅을 끊이고 만두를 찌고 김밥을 싸는 노점도 심심치 않게 있다.     


이 친구는 오뎅을 파는데 항상 젊은 여자들이 줄을 서있다. 나도 오뎅장사로 전업해 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그만뒀다. 이 친구도 먹고살아야지.


  아직 몽골 생활 이주일도 안 돼서 몽골 사회계층 분석을 한다는 것은 당연히 말도 안 된다. 하지만 보이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그 느낌을 적는 것은 내 맘이다.     



대문 그림 : '네가 타먹어' 카페 라테다. 정해놓은 하루 생활비를 지금까지 한 번도 초과해 본 적이 없다. 어쩌다 공책이나 비누 등 예기치 않은 지출을 하면 간헐적 단식을 하기도 다. 그러니 10,000투그릭(4천원 정도) 가까이하는 카페 라테는 언감생심! 그런데 카페라테가 1,000 투그릭이라고 해서 얼른 시켰더니 이렇게 줬다. 아무튼 나는 몽골에서 카페라테를 마신사람이다.


① 내가 쓴 석사논문이 중국의 도시빈민을 연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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