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오토바이 물결이 넘실대던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느꼈던 매캐한 공기와 정신없던 소음이 몽골에는 없다. 남자든 여자든 엄청난 덩치들이 득실득실하고, 교통시설 등 낙후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톤으로 떠드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아줌마들이 잔뜩 모여있는 식당도 조용하고 등, 하굣길 학생들도 조근조근, 소곤소곤 대화하며 오가지 떠들썩한 광경은 보지 못했다. 커피숍은 물론이고 식당에서도 다른 테이블의 말소리를 정확히 듣기 어렵다. 심지어 붐비는 시장도 왁자한 느낌보다는 서로 조심해 말하는 느낌을 받았다.
살이 찌고 싶은 만큼 찌고 멋을 부리고 싶은 만큼 부린 아줌마들이 잔뜩 앉아있는 식당. 그러나 조용했다.
우리가 몽골보다 시끄러운 이유는 뭘까?
몽골은 손님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몽골의 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낮에도 영하 10도 위로 올라가지 않고 건조한 바람이 더해지는 날씨는 추위 이상의 그 무엇이다. 그래서 문이 모두 작다. 그리고 실내로 들어가려면 최소한 두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게 어렵사리 실내에 들어가도 사람을 반갑게 맞지 않고 데면데면하다.
한국브랜드의 편의점이나 커피숍 정도가 작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지만 속삭이는 수준이다. 그나마 인사 이후에는 더 이상 손님을 쫓는 시선은 없다. 주문을 재촉하지도 않고 들어왔다 그냥 나가도 그만이다.
처음엔 손님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자꾸 보다 보니 손님과 주인이 평등하게 보였다. 집에서 부모와는 눈도 안 마주치면서, 밖에 나와선 “고~갱~님”하는 코맹맹이 소리가 제거된, 청정한 상업 현장이란 뜻이다. ‘손님은 왕’도 아니고 따라서 당연히 ‘호갱님’도 아니다.
자꾸 거짓말을 하다 보니 진정성이 마케팅의 대세가 되는 세상에 사는 우리가 옳은가? 아니면 파는 사람은 파는 사람으로 사는 사람은 사는 사람으로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그들이 옳은가?
그러고 보니 몽골에서는 선, 후배 관계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① 의도적인 인연을 쓸데없이 만들어 이리저리 엮는 것보다는 훨씬 몽골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보다 돈을 못 번다는 이유로(몽골의 의사 월급이 우리 돈 1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내려보던 보던 몽골 사람들, 그들도 우리가 그렇게 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 중에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서툰 한국말을 하면서도 존댓말 하는 사람에게는 존댓말을 반말하는 사람에게는 반말로 대한다.
몽골은 세계에서 두 번째 공산주의 국가다. 소련 다음이 몽골이었다. 공산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스스로 선택해 받아들인 나라이다. 사백만도 안 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보다 15배가 넘게 큰 땅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볼 건 다 보고, 알건 다 알며, 할 건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을 의식하고, 남을 쫓아가려는 꿈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꿈꾸는 사람들.
몽골의 꿈은 계속되고 언젠가는 또 한 번 그 꿈이 이루어질 것 같은 생각이 점점 진해진다.
대문 그림 : 몽골 수도 중심가에 세운 동상이다. 몽골의 영웅이 아니라 이태리 사람 마르코 폴로다. 광화문 거리에 우리 역사에 기여한 외국인 동상을 세울 배포! 우리에게 있는가?
① 차강출롱 알리옹벌러르 「몽골 유학생을 위한 일상생활 교재개발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한남대학교 대학원 2010. 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