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r name 개털이

by 누두교주

노트북, 스마트 폰이 생활화되면서 특히 

통신에 있어서는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특히

공식적인 업무에 있어서는 텔렉스 -팩스에 이어 

메일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메일의  경우 사용자 이름(user name) 부분과 속칭 골뱅이라 부르는 @뒤의 도메인으로 구성된다. 도메인 부분이 naver나 daum 등의 포털사이트의 무료 버전을 쓰거나 회사나 소속 단체가 제공하는 도메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사용자 이름 부분이 개인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맥없이 이름을 쓴다거나 이름과 생년 또는 특별한 날짜를 조합한다거나 하는 밋밋한 경우도 있지만 재기 발랄한 사용자 이름을 대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면서 조금은 부러운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들아이는 이런 문제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다. 기본적으로 이메일을 자주 쓰지 않는 삶을 살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하면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만들어 쓰고 나중에 필요하면 또 만들어 쓰고 하는 단순 무식한 전투력까지 장착돼 있는 체질이다. 하지만 딸아이 경우는 좀 다른 성격이라 뭔가 의미 있는 사용자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틀림 없다고 짐작하고 있었다. 내가 업무에 필요한 자료 검색이나 또는 컴퓨터 관련해 뭔가를 물어보면 빛의 속도로 해결(물론 공짜는 아니다) 해 오는 것을 보면 사용자 이름도 틀림없이 뭔가 독특한 이름을 쓰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딸아이와 이메일로 소통할 일이 없으니 그냥 막연한 짐작과 낮은 수준의 궁금증 정도에서 지나쳤다.


그러다 그 비밀이 몇 년이 지난 후에 풀렸다. 외국계 기업에 지원해 최종 영어 면접에 참여했던 딸아이가 받은 마지막 질문은 ”개털이”란 user name(사용자 이름)은 흔하지 않은데 그걸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 “ 하는 것이었다. 딸아이의 이메일 사용자 이름이 roxjfdl 였는데 이 것은 자판을 영어로 설정하고 ‘개털이’를 치면 나오는 글자였던 것이고 그 회사는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roxjfdl를 개털이로 정확히 파악했던 것이다. 딸아이는 즉시 개털이 사진으로 장식한 휴대폰 바탕화면을 보여주며 ‘개털이’에 대해 유창한 영어로 설명해 주었단다. 그것(1) 때문인지 딸아이는 성공적으로 그 회사의 인턴쉽에 합격할 수 있었다.




나는 청와대 민정 수석비서관이나 법무부 장관이 아니고 아내는 대학 교수가 아닐뿐더러 직인 파일을 컴퓨터로 어떻게 표창장에 찍는지 도무지 이해 못하는 수준이다. 나는 딸아이가 취직한 회사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인턴쉽 관련해 별도로 그 회사에 연락한 적이 진짜 없다. 하지만 개털이가 이 외국계 회사의 인턴쉽 선발과정에 부적절할 수도 있는 경로로 관련됐다는 점에 대해, 관점에 따라 의심할 수도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면 부정하지는 않겠다. 따라서 이 점을 밝히기 위해 ‘개털 이를 청문회에 출석시키는 것에도 반대하지 않겠다’라는 내 개인적 입장을 정리했다.


개털이가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한다면 ‘개소리’ 이겠지만 어떤 사람들이 구사하는 ‘개소리’와는 달리 개털이의 ‘개소리’는 그 내용의 진실성에 의심할 바가 없다는 것이 그간의 내 관찰의 결과이다. 개털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1) 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런 회사에 인턴이 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딸아이는 고등학교 때는 물론, 대학시절에도 검증된 학술 잡지에 논문을 기재한 사실이 전혀 없다. 나는 국가에서 월급을 내주는 보좌관이 없어 나 대신 전화해 딸아이 관련된 청탁을 할 수도 없는 가엾은 형편이다.


영원한 숙적.

딸아이는 개털이 약 올리기가 취미이고 개털이는 딸아이 물기가 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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