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유서(長幼有序)

by 누두교주

개는 무리 지어 생활하는 동물이므로 서열을 정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개털이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주 어려서부터 서열을 정하는 것 같았다.

나와 아내는 당연히 자기보다 높은 서열이지만 아들아이와 딸아이는 좀 달랐다. 특히 딸아이와는 평생 긴장관계를 유지했다. 딸아이가 간식을 준다든지 산책을 데리고 나갈 때는 꼬리를 치며 복종하는 척 하지만 그 ‘약발’이 떨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언니’ 노릇을 하려고 하는 태도를 반복했다.


또 다른 문제는 아이들의 사촌형제들과의 관계이다. 특히 아들아이보다 어린 사내아이가 둘이 있는데 그 녀석들과는 확실히 개털이가 높은 서열에 있다는 것을 한시도 포기한 적이 없었다. 녀석들이 개털에게 간식을 줘도 받아먹기는 하지만 절대 친한 척을 하지는 않았다. 녀석들은 집에 강아지가 없고 또 그래서 개털이가 더욱 귀여우니까 쓰다듬어 주기도 싶기도 하고 안아 보고 싶기도 해 안달인데 조금이라도 손을 대려고 하면 낮게 으르렁 거리며 이빨을 보이는 통에 녀석들 애간장을 태우기 일쑤였다.

가끔 아내가 개털일 안고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살살 쓰다듬어 주라고 하곤 했는데 개털이는 그래도 싫은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개들의 본능을 설명해 주고 꼭 만지려고 하지 말고 보면서 귀여워하도록 잘 타일렀다. 하지만 타이른다고 듣는다면 그것은 아이가 아닌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결국 어느 날 막내 조카 녀석(이 녀석은 개털이랑 같은 해에 태어났으나 생일이 개털이 보다 늦다)과 개털이는 사단을 만들고 말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앙칼진 개털이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막내 조카 녀석이 개털이 에게 물려 손가락에 피가 나는 부상을 입은 것이다.

아내가 급히 소독하고 붕대로 감아준 후에 어찌 된 일인지를 물어보았지만 이 녀석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짐작컨대 개털 이를 만졌거나 안았거나 했던 것 같다. 어찌 되었건 개털이도 아내의 날개터는 모습을 또 봐야 했고 벽 잡고 벌서는 처벌을 받았다.


얼마 후 아내는 막내 조카 녀석이 개털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조근조근 개털이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개털아! 네가 조금만 순하면 참 좋겠다!”. 개털이는 엎드린 채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눈만 막내 녀석을 응시하며 경계하는 태도였다.


(1) 삼강오륜(三綱五倫) 중 오륜의 하나.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순서와 질서가 있다는 의미. ‘냉수도 위, 아래가 있다’라고 쉽게 표현한다.


** 사진설명 : 내가 보고 있다!

“개털아! 네가 조금만 순하면 참 좋겠다!”. 개털이는 엎드린 채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눈만 막내 녀석을 응시하며 경계하는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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