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이야기

by 누두교주

개털이는 태어난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으므로 사주(1) 볼 수 있는 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개털이 생일날이 되면 집안에 작은 소란이 생긴다. 아내와 딸아이가 ‘개털이 생일 파티’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볼 때는 괜히 개털이 핑계 대고 달달한 케이크를 먹으며 하는 놀이 같았지만 나에게 특별히 해로운 일도 아니고 해서 그냥 모른척했다.


처음엔 특별한 간식을 주는 정도로 시작하더니 10살이 넘어가니까 케이크를 사 오고 초를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내가 볼 때) 이상한 짓의 도가 더해갔다.


원래 짐승들은 불을 무서워한다고 하는데 눈앞에 촛불을 켜놓고 불라고 하니, 그걸 불고 앉아 있을 개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는지? 결론은 아내나 딸아이가 촛불을 끄고 개털이에게는 조촐한 생일 선물을 준다. 개털이는 한동안 아내의 품에서 이상한 짓을 강요받으며 시달리다가 해방되었으니 간식을 물고 도망갈 만도 한데 가족이 다 모여 있으니 떠나질 않는다.


어느 해부터인가는 개털이도 노래를 시킨다고 앞발 두 개를 잡고 박수를 쳐대며 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개털이도 몇 번 반복하더니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시늉을 냈다.


2019년 개털의 생일은 내가 본 중에서 가장 유쾌하고 재미있는 파티였다. 그때 함께 있던 모두는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믿는다. 어쩌면 이미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만 뒤늦게 깨달았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1) 사주(四柱)는 태어난 년, 월, 일, 시를 의미한다. 그 사람 운명의 4가지 기둥이라는 뜻이다. 이게 왜 4가지 기둥이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개털이 13번째 생일 파티

원래 짐승들은 불을 무서워한다고 하는데 눈앞에 촛불을 켜놓고 불라고 하니, 그걸 불고 앉아 있을 개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는지?



2019년 15번째 생일 파티. 노래하는 개털이.

어느 해부터인가는 개털이도 노래를 시킨다고 앞발 두 개를 잡고 박수를 쳐대며 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개털이도 몇 번 반복하더니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시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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