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바라지

고3 바라지.

by 누두교주

딸아이 고3 때 아내는 하루도 안 거르고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버스로 6-7 정거장 되는 거리도 좀 부담이 되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더 재우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매일 개털이가 동승해 딸아이 학교 배웅을 하고 왔다. 다녀와서는 개털이는 큰일을 하고 온 것처럼 짖어대며 깡충깡충 뛰어다녔고 외출하고 왔으니 당연히 간식을 주어야 했다. 나는 당연히 이 행사가 끝난 후에 아침을 얻어먹고 출근하는 ‘두 치’의 삶을 살았다.

2년 후 아들이 고3이 되자 아내는 다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들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아들의 학교는 버스로 한정거장, 걸어가도 얼마 안 되는 거리였다. 하지만 “누나는 데려다주고 나는 안 데려다주면 나 공부 안 해!”라는 논리에 희생된 것이다. 내가 볼 때는 데려다 주나 안 데려다 주나 아들이 공부 안 하는 것은 마찬가지 같은데 아내는 다시 매일 아침 기사 노릇을 했다. 물론 나의 아침 식사 시간은 그에 따라 조정되었다.

아들 녀석은 딸아이와는 달리 친구를 중간에 동승시키는 일이 잦았다. 당연히 차 안에서 서로 툭툭 치는 등의 짓궂은 장난을 치는 일이 없을 수 없었다. 문제는 개털이가 매일 같이 배웅했다는 점이다. 아들 녀석이 친구를 때릴 때는 데면데면 하다가 아들 친구가 아들을 때리기라도 하면 바로 짖으며 물려고 달려드는 것이다. 그래도 계속 아들을 때리면 바로 물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들 동네 친구 아이들은 심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개털이에게 물렸다고 보면 된다. 학교에 도착할 때는 아들과 아들 친구는 떨어져 앉고 개털이는 아들 무릎 위에 앉아 으르렁거리는 모습이다.


그해 늦봄 아들 생일의 생일빵은 유독 심했다고 한다. 아들 친구 녀석들이 ‘개털이 없을 때 손봐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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