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개털이 그리고 개판

by 누두교주

2014년 9월 27일은 아내가 자전거를 구입한 날이다. 타기 편한 검소한 모델이고 앞에는 바구니가 달렸다. 아내는 바구니에 분홍 담요를 깔고 개털을 태우고 양재천 자전거길을 산책할 요량이었던 것이다.


개털이 와 자전거 탈 때 주의할 점은 개털이가 양몰이하는 개라는 점이다. 즉 모든 일행이 개털이 시야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불안해하고 뛰어내리려고 한다. 아내가 개털 이를 태우고 내가 다소 앞에서 가는 것이 개털이가 가장 만족 해 하는 대형이다. 이렇게 라이딩을 하면 개털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부는 바람을 즐기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양재천 자전거 길의 중간쯤, 즉 탄천 합류 부분에서 4km 정도 과천 쪽으로 가면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개판’이 있다. 고수부지 위에 비교적 널찍한 잔디밭이 있고 강아지와 함께 산책 나온 분들이 목줄을 잠시 풀어주고 자유롭게 뛰도록 해주는 곳이다.

소형견이 대부분인데 가끔 중형견도 오기도 한다.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여기에 도착하면 개털이는 물과 간식을 먹을 수 있고 다른 강아지와 내닫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이 나이에’ 하는 태도로 혼자서 어슬렁거리거나, 깡총거리는 어린 강아지들을 무심하게 쳐다보는 경우가 더 많다.


개털인 개판에서 개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사람들과 같이 개들 노는 것을 지켜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 중성화 수술을 한 후에 오는 심리 변화일까? 아니면 자기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양재천 주변의 ‘개판’ 말고도 영동대교와 잠실대교 사이에도 ‘개판’이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 또 청담대교 밑에는 작은 모래톱이 있어 산책 하기에 아주 좋고 똥을 싸도 주워 담기가 편한 좋은 점도 있다.


대개 개판은 강아지를 싫어하는 분들도 고려해야 하므로 가급적 외지고 후미진 장소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개판은 접근하기까지 적지 않은 품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개판에 도착하면 개와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개의 생태와 종별 특성 등 개와 관련된 정보의 소통이 가능하고 서로의 개를 챙겨주기도 하면서 개들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기 위한 무언(無言)의 커뮤니티가 삽시간에 형성된다. 개와 목줄, 그리고 배변 통투가 최소 공약수인 사회이다.



(1) 내가 정한 이름이다. ‘개들이 자유롭게 노는 공원’ 정도의 의미이다.


business class.

아내의 크지 않은 자전거에 바구니를 달고 분홍 담요를 깔고 개털이 자리를 마련했다.


라이딩.

출발 지점에서 10km 지점이다. 즉 집으로 돌아가려면 다시 10km를 가야 한다.

개털이 와 아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자전거는 다음부터는 딱 ‘개판’까지만 이동하는데만 사용했다.


개판에 도착한 개털이.

양재천 자전거 길의 중간쯤, 즉 탄천 합류 부분에서 4km 정도 과천 쪽으로 가면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개판이 있다.

고수부지 위에 비교적 널찍한 잔디밭이 있고 강아지와 함께 산책 나온 분 들이 목줄을 잠시 풀러 주고 자유롭게 뛰도록 해주는 곳이다. 소형견이 대부분인데 가끔 중형견도 오기도 한다.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여기에 도착하면 개털이는 물과 간식을 먹을 수 있고 다른 강아지와 내닫기도 한다.


강변의 작은 모래톱

한강변의 작은 모래톱이다. 물이 불어나면 없어진다. 폭이 아주 좁지만 잠깐 동안 목줄을 풀러 놓을 수가 있어 좋다. 개털은 물개가 아니라 물에서 멀리 갈 수는 없다.


목줄을 푼 개털이.

큰 물이 지고 난 다음이라 모래톱 가득 쓰레기들이 많다. 개털은 모래만 있는 것보다 이런 분위가 좋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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