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개털이는 무주택자 즉 집 없는 개가 됐고 그 바람에 아들아이는 발뒤축을 공격당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나는 가끔 시간이 날 때 유튜브 등을 통해 사회 저명인사의 강의를 즐겨 듣는데, 우연히 김정운 박사의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라는 강의를 시청했다. 내용이 공감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인물로 보나 키로 보나 그냥 만만하게 느껴져 나머지 강의를 모두 찾아들었다. 그리고 내 침대도 5성급 호텔 침대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사실 10년 이상 사용한 라텍스 침대가 낡기도 했기 때문에 아내도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 새로 주문한 침대는 시트와 패드 그리고 이불까지 모두 하얀색으로 정말 5성급 호텔의 침대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침대 밑 개털이 공간이 없어진 것이다. 아뿔싸! 했지만 이미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엔 이미 모든 것이 끝나 있는 상황이었다. 일단 개털이 쓰던 방석에 비해 훨씬 크고 푹신한 방석을 급히 사다가 주고 그 옆에는 이동식 개장(외출할 때 개털이 넣어 들고 다니는)을 놓아주었다. 하기만 개털이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며칠 후 딸아이가 인디언 텐트 같은 집을 주문해 문패까지 달아 개털 이를 주고 여러 번 억지로 개털 이를 밀어 넣으며 수선을 피웠다. 개털이는 좋아하는 듯도 하더니 이내 심드렁해졌다.
그러기를 며칠이나 지났을까, 개털이는 새로운 생활 패턴을 스스로 개발했다. 침대를 바꾸기 전에는 시간이 되면 개털이는 안방 침대 밑으로 ‘퇴근’ 했다. 그리고 이른 아침까지 침대 밑에서 나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집이 없어진 이후 식구가 전부 들어오면 안방 앞에서 자지만 누구라도 안 들어오면 현관 앞에서 잔다. 그러다 늦은 시간에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식구를 확인하고 그 사람 방에 따라가서 자던지 안방에 와서 자는 식이다.
아들아이가 개털에게 공격당한 날은, 아들아이가 가장 늦게 집에 돌아와 개털이가 평소보다 늦게 잠이 들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 시간에 또 외출을 하려고 방에서 나와 현관으로 가는데 갑자기 개털이가 달려들어 양말 뒤꿈치를 물어댄 것이다. 내가 개털이라도 무척 짜증이 났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내도 내 생각에 동의한다고 했다. 아들아이는 그날 양말 벗어 개털이 주고 맨발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