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찜(豉汁蒸苦瓜)과 여주볶음(清炒苦瓜)

by 누두교주

모름지기 먹을거리는 제철, 제땅에서 난 것을 최고로 친다. 하지만 사람 먹는 먹을거리도 돈벌이 수단의 하나인지라, 겨울에도 여름 채소가 나오고, 가을에 수확한 과일을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도록 보존하는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심지어 돈이 좀 된다 싶으면 다른 나라에서 수입까지 한다.


그런데 한철 잠깐 나오고 마는데 별로 잘 팔리지도 않는 것은 미처 수확할 틈도 없이 지나가 버리고 만다. 여주가 그렇다.


여주는 영어로는 bitter melon(쓴 오이), 중국어로는 苦瓜(쓴 오이)라고 한다. 보기엔 울퉁불퉁하고 좀 징그러울 수도 있지만(내가 느낀 바다) 특유의 쓴 맛과 색다르게 씹히는 맛은 일픔이다.


특히 여주는 약성이 강한 먹을거리이다. 우선 그 쓴맛이 입맛을 좋게 한다. 두 번째로는 무더위를 넘기는데 아주 좋다고 한다. 그리고 소갈증(당뇨) 에 좋다.

실제로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여주의 효능을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열을 내리고(消熱), 심기(心氣)가 부족한 것을 치료하며, 갈증을 멈추고(止渴), 기력을 보강(益氣)하고, 번열(煩熱)을 없앤다①


한마디로 요약하면, 당뇨(소갈증)에 좋고, 열을 내리는데 좋다는 의미이다. 특히 카란틴(charantin)과 p-인슐린(식물 인슐린) 성분은 혈당을 낮추는데 매우 훌륭한 작용을 한다고 한다. 따라서 당뇨약을 복용하는 경우는 많이 먹으면 저혈당 쇼크가 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또 그 기운이 차가워 열을 내리는 작용을 하는바, 임신 중에는 삼가는 게 좋다. (한, 두 개 맛보는 건 아무 문제없다)




그런데 한 달에 한번 서는 주민센터 장터에서 매우 감정적으로 여주를 파는 분을 만났다. 당연히 도와드리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분은 더 주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썰어 놓은 것 포함해 전부 오천 원이다.


잔뜩 들고는 왔는데 어쩐다.


우선 얇게 썰어 말리기로 했다. 당뇨를 앓고 계신 어른께 이만한 선물은 없다. 따끈한 차로 우려 드시면 좋다.


얇게 썰어 건조기에 건조, 라벨을 떼어낸 딸기잼 병에 담았다. 당뇨에 좋은 말린 여주다.




그다음엔 두시 소스 여주찜(豉汁蒸苦瓜)을 하기로 했다. 중국 혁명의 고향, 광둥 성의 음식이다. 두시는 콩을 발효시켜 만든 소스로 기름, 고추등이 섞인 소스이다.


내가 쓰는 두시장이다. 라오깐마 상표이다. 중국어가 잘 기억이 안되면 '뭘 봐 인마'라고 외우면 된다.


① 여주를 깨끗이 씻은 후 2~3센티 정도로 토막 친 후, 속과 씨를 파내, 도넛 모양으로 만든다.


요렇게 하라는 이야기다. 속은 차 숟갈로 파면 쉽다.


② 다진 고기를 준비, 전분, 맛술, 후추를 더해 소를 만든다.


여주에 고기소를 집어넣은 모습이다.


③ 소스를 준비한다. 두시(豆豉)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간장, 설탕 1/2작은술, 참기름과 후추 약간.


완성된 소스다. 보이는 건더기는 원래 두시 소스에 들어있는 것들이다. 다지면 좋긴 하지만 번거로워 나는 안 다진다.


④ 소를 토막 친 여주 도넛 구멍에 채운 후 소스를 발라 찜기에 얹는다. 남은 소스는 다 쪄낸 후 바르기 위해 남겨둔다. 10~15분 찌고, 1~2분 뜸 들인다.


찌기 직전이다. 남긴 소스는 찌고 난 후에 쓸 요량이다.


⑤ 좋은 마음으로 접시에 담은 후 하나를 베 먹어 간과 맛을 가늠한 후 남은 소스로 나만의 여주찜을 완성한다.


그리고도 남은 여주는 여주볶음(清炒苦瓜)을 만든다. 인민해방군 해군 해군 출신인 친구 리지엔깡(李建剛)이 나에게 처음 소개한 산동성 요리다. 매우 무책임한 조리법을 구사한다.


① 여주를 반을 갈라 속을 파낸 후, 썬다. 어슷 썰면 푸짐해 보이고 짱똥하게 썰면 귀여워 보인다.


② 웍가열 - 기름 두르기 – 편마늘 몇 개 투하, 폭향 – 여주 투하 – 신나게 볶기(1~2분) - 조미료 조금, 그리고 간은 소금 – 다시 1~2분 웍을 돌리다., 참기름 살짝 뿌려 마무리!


음주 독서를 하면, 아무리 열심히 읽고 줄을 쳐놓아도 다음날 아침에 보면 처음 보는 느낌이 든다. 매일 새롭다.

준비한 여주 요리와 막걸리를 준비하고, 음악을 튼다. 그리고 이태백 시집을 준비하고 먹기 시작한다. 책 속의 글자가 가물가물해질 때까지 만찬을 즐기면 된다.



대문그림 : 우리 시골집 비닐하우스 한구석에 여주를 심었더니 어느 날 이렇게 퍼졌다. 꽃이 피고, 여주가 맺히고..... 감당이 안될 정도였다.


출전은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 편(湯液篇) 채부(菜部)라고 하는데 직접 보진 못했다. 얼른 돈 벌어 『동의보감(東醫寶鑑)』 전질을 꼭 사리라 결심했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主消熱, 療心氣不足, 止渴, 益氣, 去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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