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털이는 밥을 아침, 저녁 해서 하루에 두 번 먹는다. 사료 한 줌과 물 120cc가 개털이의 한 끼 식량이다. 중간에 간식을 주기도 하지만 양으로 봐서는 그리 넉넉하게 주는 편은 아니었다. 아침시간은 가족 모두에게 무척 바쁜 시간이다. 식사 준비하랴, 학교 갈 준비 하랴, 출근 준비하랴 모두 제각각 정신없이 바쁘고 각자 챙길 것을 챙겨 분주히 집을 나선다. 개털이는 학교 배웅하고 집에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하는데 보통 내가 출근한 다음이라 별로 본 기억이 없다. 그렇게 분주한 일상이 몇 년 지나고 나자 집안 생활 리듬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이들은 학업을 다 마쳤고 알아서 출근시간을 챙겨 출근하고 나도 아침 일찍 출근할 필요가 없는 날이 많아졌다. 덕분에 아침 식사를 여유 있게 즐기는 날이 많아졌다. 저녁 시간도 밖에서 술 먹는 횟수를 가급적 줄이고 집에서 간단히 반주하는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생활이 익숙해지려는 즈음 개털이의 생활 패턴도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아침 식사를 할 때면 개털이는 나에게 다가와 앞발을 내 의자에 올리고 꼬리를 심하게 흔든다. 언제까지 흔드는가 하면 내가 원하는 먹을거리를 줄 때까지이다. 개털이는 이미 냄새를 통해 자기가 먹을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고 나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메뉴가 된장찌개와 깻잎절임이면 식탁 근처에 오지도 않는다. 그러나 생선구이를 하거나 고기를 볶았다면 내 허벅지에 발을 턱 올리고 꼬리를 격렬하게 흔든다. 당연히 아내에게는 절대 가지 않는다. 주지 않기 때문이다(2). 나는 다소 성가시기도 하지만 야단치려고 내려다보다가 개털이 눈을 보면 갑자기 마음이 바뀐다. 식탁에서 주춤주춤 일어나 더운물을 준비하면 개털이는 이미 내가 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다소 진정한 상태에서 기다린다. 개털이 줄 음식을 덜어 간을 빼기 위해 더운물에 담가 헹구는 동안 개털의 시선은 식탁 위의 내 손의 움직임과 일치한다. 이윽고 작은 한 점을 주면 앙~ 하고 냉큼 받아먹고 다음 조각을 기다린다. 식사가 끝나면 개털이는 물러간다. 설거지를 마칠 즈음이 되면 개털이는 슬금슬금 자기 밥그릇으로 다가가 식사를 시작한다. 식사량은 아침에 삥 뜯어 얻어먹은 양만큼 빼고 식사를 한다. 내가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도 개털이는 같은 행동을 한다. 다만 내가 맥주나 와인을 마실 때는 좋아하지만 막걸리를 마실 때는 시큰둥하다. 맥주나 와인은 대개 소시지, 멸치, 생선, 감자튀김 등을 곁들이지만 막걸리를 마실 때는 보통 두부와 김치를 곁들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아내는 개털이 밥을 줄 때 안 먹고 남긴 밥을 보면서 매번 투덜거렸지만 나는 그렇게라도 먹어주는 개털이가 고맙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랬다.
(1) 명사. 상대방을 협박하여 빼앗은 돈이나 물건 따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네이버 국어사전. 검색일 2020년 2월 26일.)
(2) 개가 사람이 먹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똥이 질척 질척 해져서 치우기도 불편하고 개 스스로도 불편해한다 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본인이 더 먹고 싶어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 사진설명 : 와! 내가 좋아하는 거야!
애견카페에서 개털이가 좋아하는 메뉴를 보고 흥분하는 모습. 딸아이가 가끔 개털 이를 데리고 애견카페에 가곤 했다. 그때는 개털이가 딸아이 말을 ‘잠깐’ 잘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