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탱이와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지냈다. 그사이 탱이는 다 자라 발정을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 편한 게 ‘두 치’인지라 그냥 모른 척 지나갔다.
하지만 아내는 달랐다. 아내는 탱이의 성적(性的) 취향이나 의견과는 관계없이 ”어린이날 대목“을 노리고 역산을 하고 있었다. 이 역산에 소요되는 요소는 1) 개의 임신기간, 2) 개의 정상 수유기간 그리고 이 수치를 만족할 수 있는 발정과 발정에 부응할 수 있는 partner가 필요했다. 모든 준비는 차질 없었고 탱이의 신랑이 될”진짜 포메라니안“의 선까지 사진으로 보았다. (탱이가 보지 않고 아내가 봤다)
중매 역의 강아지 가게 사장님은 한번 교미로 착상이 안 될 수도 있으니 확실히 하는 의미에서 한 번 더 해줄 것을 ”진짜 포메라니안“ 견주에게 설득, 아무도 손해 볼일이 없는 일이 한 번 더 벌어졌다.
아내는 이미 따졌던 날짜를 자주 반복해 검산하는 눈치였고, 탱이 뱃속 강아지 숫자를 가늠해 수입과 지출도 따져보는 눈치였다. 아이들은 탱이가 강아지를 출산한다는 사실을 별로 실감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나는 숫자 중에 18을 좋아한다. 벌써 감각적으로 그 숫자의 발음이 시원하고 맛깔스럽지 않은가?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18번은 차치하고라도 始發(1)은 대박의 시작이라는 의미 아닌가? 따라서 나는 결혼도 18일 날 했으며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사도 18일 날 갔고 아들 군대 제대도 18일 날 했으며 고대 한어 맹자 집주의 강독도 18일 시작했다. 그런데 탱이가 새끼를 18일 날 났다.
탱이가 새끼 낳던 날의 무용을 이야기하는 아내의 눈 빛은 축구 국가대표 한, 일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성공시킨 선수와 다르지 않았다. ”탱이가 해산에 임박해 몸을 부르르 떨 때 가장 외진 방으로 데리고 가 종이 박스에 담요를 깔아 산실을 마련해 주고 방을 어둡게 해 주고 자리를 피해 주자 어느새 새끼를 낳았고 탯줄을 물론 어떤 흔적도 없이 깨끗이 정리해 놓았다 “는 것이 아내가 이야기하는 무용의 줄거리인데 나는 아직도 그게 왜 아내가 자랑스러워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고생은 탱이가 했는데......
아내는 북어를 푹 고아 몸 푼 탱이를 위로했고 아이들도 철저히 탱이가 안정할 수 있도록 매사에 조심했다. ”집안이 이렇게 조용할 수 있다면 탱이가 매일 새끼 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했다.
이윽고 며칠이 지나 탱이는 주인에게 새끼들을 보는 것을 허락했다. 모두 네 마리였다. 젖살이 포실하게 오른 작은 생명체들이 눈도 못 떴으면서도새끼손톱만 한 발로 탱이 젖을 눌러 가며 연신 암팡지게도 빨아먹었다. 그야말로 장군감으로 생긴 수놈 한 마리와 그보다 많이 작은 암놈이 세 마리였다. 이 네 녀석들의 이름은 아들 녀석이 순식간에 지어 버렸다. 큰 아들이 얼큰이, 큰딸이 개털이, 작은딸이 반달이, 막내딸이 검둥이다(2).
또 몇 일지 난 후 중매 역을 한 강아지 가게 주인이 강아지 사진을 찍기 위해왔다. 이번엔 분양을 위한 작업이다. 그는 얼큰이 빼고 3마리 사진만 찍어 갔다(3). 아주 어려서 목을 크게 물리기도 하고 기생충을 토하던 녀석이 새끼를 난 것이 못내 대견하고 괜히 짠~했다. 다만 ”두 치 “인지라 무덤덤한 척했지만, ”괜히 어린이날 따지지 말고 두 달은 어미젖 먹여 보내 “ 하는 멘트 정도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탱이는 새끼의 뒷목을 물어 옮기는 행동을 못했다. 그것 말고는 정말 훌륭한 엄마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강아지들이 토실해지는 만큼 탱이는 말라갔다. 아내는 강아지들에게 이유식을 시작하며, 특히 ‘얼큰’이는 탱이 젖을 못 먹게 했다. ‘먹어도 너무 먹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봄이 깊어 가면서 강아지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집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아침에 강아지들이 와서 얼굴을 핥기도 하고 발로 긁기도 한다 “고 하면서 아침에 강아지의 방문을 받기 위해 침대가 아닌 방바닥에서 방문을 열고 자기 시작했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탱이는 더 이상 강아지 배변을 처리하지 않았고, 따라서 아내의 일을 점점 많아졌고 그럴수록 아내가 (강아지 판매를 위한) 인터넷 하는 시간은 길어졌다. 어린이날은 강아지 팔기에는 정말 ‘대목’이었다. 사진 찍을 필요도 없다는 얼큰이가 제일 먼저 팔려가고 나머지 세 마리도 금세 다 팔렸다. 탱이는 주말마다 돼지 족발의 남은 고기와 뼈를 주어 몸보신시켰고, 우리 식구들은 강아지 판돈으로 롤러 블레이드를 장만했다. 그런데 식구 누구도 롤러 블레이드를 즐겨 타는 사람이 없었다. 끝내는 벼룩시장에서 헐값에 처리해 버리고 말았다. 아무도 왜 롤러 블레이드를 안 타는지 입 밖에 내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들도 어렸지만 강아지를 팔지 말자고 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모두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속상했었다.
(1) 실제로 중국에서는 8을 발(發)로 새긴다. 발음이 비슷하고 발(發)에 “(대박을) 터뜨리다”의 의미가 있다. 실제로 “돈 많이 버세요”를 發財 (발재)라고 쓰고 “파 차이”라고 발음한다.
(2) 태어난 순서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그러나 아들에 따르면 이 순서가 맞는 다고 한다.
(3) 얼큰이는 얼굴뿐 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너무 커서 제 값 받고 팔기 어려우니 아는 사람을 주라고 했다.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떡두꺼비 같은 장군감 큰아들인데...
하룻강아지들. 탱이의 4남매. 왼쪽에 제일 실한 녀석이 큰 아들 얼큰이이고, 나머지 세 마리가 막내딸 검둥이 큰딸 개털이, 작은딸이 반달 이이다
젖 물리는 탱이.
개털이, 얼큰이 그리고 반달이.
앞을 보고 있는 녀석이 개털이, 뒤돌아보는 녀석이 얼큰이 그리고 뒤에 엎드린 녀석이 반달이다. 얼큰이는 손자 손을 잡고 온 할아버지가 제일 건강한 게 좋다고 네 마리 중에 처음으로 데리고 가셨다. 반달이는 깜짝 선물을 하려는 젊은 부부가 데리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