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개털기 04화

밤사이 탱이가 오던 날

1. 개와 함께

by 누두교주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이 완성되고,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써 가장 이상적으로 기도를 활용할 나이에 도달한 딸아이는 12월에 들면서부터 잘 때마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예~쁜 강아지를 보내 주세요"하고 기도 했다. 아직 잘 모르는 아들아이도 딸아이의 엄숙한 지시에 따라 같이 기도 했다. 아내는 그러한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엄마 말 안 들으면 산타 할아버지 안 오신다"며 아이들 통제에 여러 번 악용했다.


이윽고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자 아이들은 시키지 않았는데 할 일 다 하고 미리 준비한 커다란 보자기 자루를 이층 침대의 1층에 걸어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양말은 강아지가 들어가기에 너무 작고, 높이 매달아 놓으면 강아지가 무서워할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한다.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든 데다가 강아지 생각에 들떠 한동안 잠을 못 이루는 것 같더니 곧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딸아이는 베란다 밖으로 나가는 산타할아버지의 빨간 코트 자락을 '얼핏' 본 기억이 난다고 했다.


신길동 언덕 위 재개발 조합 아파트는 단지 내 상가 말고도 그 발치에 다양한 생태계에 둘러싸여 있다. 그중의 하나가 강아지를 파는 곳이다. 나와 아내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깜짝 선물로 강아지를 선물해 주기로 의논을 모으고 강아지 파는 가계에 미리 예약을 했다. 견종은 휴일 아침에 아이들과 어울려보던 TV프로 그램에서 익숙히 보아오던 코가 납작하고 여러 가지 털색이 섞인, 이국적인 품종으로 예약했다.

강아지를 사기로 예약한 날 밤에 아이들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아내와 나는 몰래 집을 나와 강아지 파는 가게에 갔다.(이날 저녁은 잠깐이었지만 아이들만 놓아두고 우리가 처음 외출한 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날이 강아지 파는 가게의 ‘대목’이었던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우리 말고도 여러 사람이 같은 생각을 했었고 더욱이 대부분 같은 품종의 강아지를 예약했던 것이다. 얼른 보아도 평소보다 많은 강아지들이 있었지만 이미 똘똘해 보이는 녀석들은 벌써 먼저 온 ‘손님’의 품의 안겨 있었고 남아 있던 강아지들은 웬일인지 시들해 보였고 대부분 잠에 빠져있는 모습이었다(1).


강아지 파는 가게의 주인은 강아지 값을 셈하는 것 외에도 강아지 집이며 사료며 물통, 밥통 등의 판매와 예방주사 안내까지 매우 분주해 우리는 앞의 손님이 셈을 치를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기로 했다.

이때 나와 아내는 동시에 작은 흰색 강아지에 주목했다. 다른 녀석과 달리 흰색이었고, 비교적 작은 체구였는데도 훨씬 똘똘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한가해진 강아지 가게 주인에게 그 강아지에 대해 물었더니, 품종은 ‘화이트 포메라니안’이고, 최근에 국내에 들어온 고급 견종이며, 무척 비싼 종류이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 특히 싸게 줄 수 있다고 명랑하게 말씀하셨다.


인연, 운명, 아니면 아다리라는 느낌.... 아내도 같은 심정임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예약했던 가격보다 얼마인가를 더 내고 그 녀석의 살림까지 장만해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거실에 살금살금 그 녀석과 그 녀석의 살림을 정돈해 놓고 그렇게 그 녀석과의 첫날밤을 함께 했다. 선잠이 깨어 그 녀석을 얼핏 보니 엎드려 자지 않고 서있어서 처음이라 불안해 그런가 보다 하고 좋아할 아이들 생각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은 생각보다 너무 좋아했고, 그 녀석도 활발하게 움직이며 더 할 수 없이 귀여운 모습이었다. 그 녀석은 ‘탱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살게 되었다.


(1) 2000년대 초 만해도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을 전, 후해 강아지가 대량으로 분양되는 ‘대목’이 형성됐었다. 따라서 그때에 맞추어 강아지를 팔 수 있도록 조절을 한다고 하지만 수요가 더 많으니 아직 어미젖을 더 먹어야 하는 어린 강아지까지 마구잡이로 파는 것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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